중국 4년제 대학 졸업생 열에 아홉은 초봉이 월 19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을 학기제인 중국은 올 여름 역대 가장 많은 대학 졸업생을 배출했는데, 월급 190원 이상의 고소득 직장은 극히 한정적인 상황에서, 1200만명이 넘는 신규 대졸자를 수용할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해 하반기부터 실업률이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고등교육 데이터 분석기관 마이커쓰(麦可思)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졸업생들은 절반 이상이 월급 6000위안(약 116만 원) 이하인 것으로 집계됐다. 2024년 대졸자의 졸업 6개월 후 평균 월급은 6199위안(약 120만원)으로, 분포를 보면 6000위안 이하가 57.8%, 6000~8000위안(약 155만원)이 23.2%였다. 8000~1만위안(약 193만원)은 9.3%, 1만위안 이상은 9.7%에 그쳤다.
고소득 직업은 반도체, 소프트웨어(SW) 계열 기술 중심 직종이었다. 가장 연봉이 높은 세 직종은 집적회로(IC) 엔지니어(8459위안·약 164만원), 인터넷 개발자(8245위안·약 160만원), 산업용 인터넷 엔지니어(8030위안·약 156만원)이었다. 이 밖에 게임 기획자, 기술 영업 엔지니어, 소프트웨어 품질보증(QA)·테스트 엔지니어, 반도체 가공 기술자, 프로젝트 매니저, 소프트웨어 개발자, 빅데이터 엔지니어 등도 월 7000위안(약 136만원) 이상 고소득 직종에 포함됐다.
해당 직군들은 모두 전자정보공학,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로 이공계 전공으로 분류된다. 전체 대졸자 중 이런 고소득 직종에 취업하는 비율은 10%뿐인데, 중국 정부는 그간 이공계 육성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와, 대졸자 중 이공계 전공자 비율은 45%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는 20~30% 수준인 한국과 미국에 비해 높은 비율이다.
하지만 경기 침체 등으로 기업들이 채용을 줄이면서 이들은 갈 곳을 잃은 상황이다. 엔지니어, 개발자 등 고소득 직종에 취업하지 못한 상당수의 졸업생들은 저임금 하청업체에 몰리거나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베이징대 졸업생 취업보고서에 따르면 이공계 졸업생의 60% 이상이 전공과 무관한 직무에 종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중국 최고 명문대 중 한 곳인 베이징대를 졸업한 크리스탈(가명)은 중국 최고 테크기업 또는 금융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학과에서 상위 10% 성적으로 졸업하고 미국 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에서 주최한 연구대회에 참여, 중국 바이트댄스와 샤오홍슈(小红书) 등 4곳의 테크기업에서 인턴을 했다. 그러나 취업에 실패했다. 그는 결국 석사 진학을 선택, 취직을 2년 미뤄야 했다.
이렇듯 고소득 직무뿐만 아니라 취업 시장 전반의 문턱이 점점 높아져, 중국에선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말단 행정직뿐 아니라 가스검침원, 대학 기숙사 관리직 등 저숙련 직무를 두고 경쟁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름이 졸업 시즌인 중국에선 1222만명이 넘는 역대 가장 많은 대졸자가 배출됐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16~24세 청년 실업률은 14.5%로 1년 만에 가장 낮았는데, 실업률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수많은 대학생이 취업시장에 나오는 만큼 실업률도 다시 높아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지난해에도 6월 청년 실업률이 13.2%까지 낮아졌다가 7월에 17.1%, 8월엔 18.8%까지 오른 바 있다.
WP는 “중국에서 석사는 ‘새로운 학사’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취업이 어려워지자 중국 명문대생들이 줄줄이 대학원으로 가고 있다”며 “1990년대 초엔 학부 졸업생 100%가 취업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대학원생들이 당시 학부생들과 같고, 지금 학부생은 당시 직업학교 학생들 취급을 받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