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도로교통안전국(NHTSA) 신임 국장에 지명된 조너선 모리슨이 자율주행차 도입 가속화를 위해 선제적인 규제 정비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존의 느슨한 규제에서 벗어나 연방 정부가 자율주행 기술의 안전성과 소비자 신뢰 확보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16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모리슨 지명자는 상원 상업·과학·교통위원회 청문회에서 “기술 문제를 사후에 해결하려는 접근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보다 명확하고 강력한 연방 안전 기준을 마련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율주행차 기술은 미국 교통 정책의 미래이자 산업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기술의 조기 배치를 위해 연방 정부가 적극적으로 규제 틀을 제시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자동차 제조업체는 연방 자동차 안전 기준(FMVSS)을 충족하지 않는 시험 차량을 최대 2500대까지 투입할 수 있다. 주로 운전대나 브레이크 페달 등이 생략된 자율주행 시험 차량에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모리슨 지명자는 이러한 한시적 면제 수준보다 체계적인 연방 기준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율주행차 기술의 신뢰성과 수용 여부는 기술 자체보다 이를 사용하는 소비자의 심리에 달려 있다”며 “연방 규제의 부재는 신뢰 상실로 이어지고, 이는 기술 보급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 신뢰를 기반으로 한 규제는 오히려 자율주행 기술의 조기 상용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모리슨은 “새로운 규제가 과도한 설계 제한이나 비용 부담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기술 혁신과 안전 사이의 균형을 강조했다. 민간 단위의 수십억 달러 규모 투자가 무의미해지지 않도록 경계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모리슨 지명자는 현재 애플에서 법률 고문으로 재직 중이며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NHTSA 수석 법률 고문을 지낸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그는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법적 식견이 깊은 동시에 무분별한 기술 상용화에 대해선 일관되게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해 왔다.
특히 그는 테슬라가 ‘오토파일럿’ 시스템을 완전 자율주행 기술로 소비자에게 혼동되도록 홍보한 점에 대해 반복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이날 청문회에서도 “제조사들이 법적 책임은 회피하면서 기술적 신뢰성을 과도하게 선전해 왔다”며 “연방 정부가 기능 오용 방지를 위한 기준을 마련하고, 책임 소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NHTSA는 테슬라 자율주행 시스템과 관련해 수십 건의 교통사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모리슨이 청장으로 최종 임명되면, 최근 논란이 된 테슬라의 자율주행 택시 결함 문제에 대한 조사에도 직접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그의 지명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등이 소속된 자동차혁신연합(Alliance for Automotive Innovation)의 존 보젤라 회장은 “모리슨은 미국 교통 안전 규제 기관을 이끌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며 “규제와 혁신을 동시에 이해하는 드문 전문가”라고 평가했다.
반면, 이번 인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때 트럼프 대통령과 밀월 관계를 유지하던 머스크는 최근 대규모 감세법안(OBBBA) 반대 등으로 트럼프와의 관계가 냉각된 상태다. 자율주행 기술의 선도 기업으로 평가받는 테슬라가 연방 정부의 집중 규제 대상이 될 경우 향후 기술 개발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