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시장 선거에 출마한 조란 맘다니 민주당 후보가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공공 식료품점 도입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뉴욕시가 직접 운영하는 식료품점을 설치해 생필품 가격을 낮추고 저소득층의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이나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5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맘다니 후보는 뉴욕시 5개 자치구에 각각 시립 식료품점을 설치, 총 6000만달러(약 831억원)를 투입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저소득 지역에 매장을 설치해 일명 ‘푸드 데저트(Food Desert)’로 불리는 식품 접근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도매가 수준의 가격으로 신선식품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공약의 바탕에는 뉴욕시의 높은 식료품 물가가 있다. 뉴욕은 미국 내에서도 식품 가격이 가장 비싼 도시 중 하나로, 현재 약 150만명 이상의 뉴욕시민이 식량 불안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네빈 코헨 뉴욕시립대 도시식품정책연구소 교수는 “자녀가 있는 가구의 절반 이상이 식량 불안 상태에 있다”며 “더 저렴하고 건강한 식품이 뉴욕에 공급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공 식료품점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사업은 아니다. 일부 농촌 지역과 소도시에서는 시립 매장이 운영된 사례가 있으며 매디슨과 애틀랜타 정부도 유사한 정책을 추진 중에 있다. 뉴욕시도 1930년대부터 공공 보조금을 활용해 운영하는 ‘퍼블릭 마켓’ 제도를 통해 일부 상인에게 저렴한 공간을 임대한 바 있다.
다만 보조금 투입이나 세제 혜택 제공을 넘어 시에서 매장을 완전히 소유·운영하는 시스템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에 체인망을 갖춘 민간 유통업체와 달리 시립 매장은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어려워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요안 콜론라모스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창고형 매장과 대형 유통 체인은 대량 구매로 공급가를 낮출 수 있지만 공공 매장은 가격 인하 여력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초기 투자와 운영 부담도 만만치 않다. 냉장·냉동 설비, 인건비, 재고관리 등 고정비가 크고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리얼 카버 캔자스주립대 교수는 “식료품 유통은 고비용·저마진 구조여서 민간에서도 쉽게 뛰어들지 않는 사업”이라며 “공공 매장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플로리다 볼드윈에서는 5년간 운영된 시립 식료품점이 인근 월마트에 밀려 폐점한 사례도 존재한다.
정치권의 반발도 확산되고 있다. 무소속으로 재선에 출마한 에릭 아담스 시장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맘다니의 공약을 두고 “옳은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지역 내 소형 식료품점 및 마트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고 공세를 펼친 바 있다. 일각에선 과거에도 시민 생활과 직결된 정책이 거센 반발로 무산된 전례가 많아 맘다니의 공약 실현도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편 맘다니는 아파트 임대료 동결과 최저임금 인상, 무상 버스, 무상 보육 등 급진적인 공약을 내걸며 뉴욕 서민층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공산주의 광인이 뉴욕을 파괴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며 강한 비난에 나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