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커피 수확기를 맞아 무장 강도에 의한 커피콩 도난이 급증하고 있다. 커피 가격이 급등하면서 조직적인 범죄가 확산되고 있으며 현지 농민과 협동조합은 경비 인력과 감시 장비를 동원해 대응에 나섰다.

브라질 남부 도시 미나스제라이스 알페나스의 한 농장에서 한 작업자가 아라비카 커피콩을 수확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브라질 상파울루와 미나스제라이스주 등 주요 커피 산지에서 무장 강도에 의한 커피콩 도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상파울루에서 트럭으로 커피 30톤(t)을 운반하던 농부 도니제테 구이디니는 괴한들에게 납치돼 사탕수수밭에 유기됐다. 구이디니는 총기로 위협을 당한 뒤 트럭과 화물을 빼앗겼으며, 해당 화물은 몇 시간 뒤 인근 시골 지역에서 회수됐다.

브라질은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이자 수출국으로, 5월부터 9월까지가 수확기다. 커피 가격은 올해 들어 예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올랐고, 일부 고급 아라비카 품종의 경우 포대당 2500헤알(약 67만원)을 웃돌고 있다. 현지 당국은 “고수익성 농산물이 범죄자들의 주요 표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커피 협동조합과 농민들은 도난 위험에 대응해 보안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상파울루의 협동조합 ‘코카펙’은 회원 3000명에게 폐쇄회로(CC)TV 설치, 출입 통제, 게이트 보강 등 보안 매뉴얼을 배포하고, 수확기 원두 운반 시에는 무료 보험도 제공하고 있다. 도난 발생 시에는 물리적 대응보다 인명 보호를 최우선으로 지시하고 있다.

민간 대응에 더해 브라질 남동부 커피 생산지인 미나스제라이스 주정부도 치안 강화에 나섰다. 주정부는 커피, 가축, 묘목 등 계절성 도난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농촌 치안 모델 ‘캄포 세구로’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제도적 대응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여전히 무장 강도와 절도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미나스제라이스주 베르멜류노보에서는 무장 강도단이 커피 자루 95개(약 4만달러 상당)를 훔치고, 농장 노동자들을 인질로 삼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이후 용의자 9명을 체포했지만, 야간 시간대 창고에서 원두가 사라지거나 밭에서 직접 커피를 따가는 절도 사건도 계속되고 있다.

커피는 도난 이후 추적이 어려운 품목으로 꼽힌다. 브라질 범죄조직은 도난 원두를 세금·서류 없이 소형 로스터리나 중소 농가에 유통시키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일선 농민들은 사비로 야간 경비원을 고용하고 경보 장치와 CCTV를 설치하고 있다.

브라질 법무부에 따르면 화물 도난은 2017년 2만5000건에서 작년 1만건으로 줄었지만, 커피 관련 도난은 같은 추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나스제라이스 산업협회는 “커피 도난은 오히려 지난 3년간 증가했다”며 “가격 상승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브라질 커피 산업은 도난 외에도 기후 변화, 물류 병목, 비료값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수확은 가뭄으로 부진했고, 올해도 고온·건조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세계 2위 생산국인 베트남은 로부스타 품종 중심의 안정적인 생산 흐름을 보이고 있다.

현지 관계자들은 “도난이 심화되면 세계 커피 공급망에도 충격이 불가피하다”며 국제적 대응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