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노숙자 수가 2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십 년간 미국 내 최악의 노숙자 문제를 겪어온 LA 지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정책이 점차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LA홈리스서비스국(LAHSA)은 연례 보고서를 통해 2025년 기준 LA 카운티 내 노숙자 수가 약 7만2308명을 기록, 전년 대비 4% 감소했다고 밝혔다. 카운티 내에 포함된 LA시의 경우에도 노숙자 수는 3.4% 줄어든 4만3699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거리에서 생활하는 ‘노숙 상태’ 인구는 7.9% 줄어든 반면, 공공 및 민간 쉼터에 입소한 인원은 4.7% 증가했다.
이번 통계는 2018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던 LA지역 노숙자 수가 2023년을 기점으로 꺾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LAHSA는 지난해에도 카운티 기준 0.3%, 시 기준 2.2%의 감소율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에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시각도 있었으나 올해까지 2년 연속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정책 효과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는 미국 내 노숙자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손꼽힌다. 2024년 기준 주 전체 노숙자 수는 약 18만7000명으로 미국 전체 노숙자의 약 30%를 차지하며 대부분은 정신질환, 약물 중독, 실직 등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는 다중 취약층이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LA 지역이 최근 유의미한 개선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장기적인 정책 투자와 제도 정비의 결과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특히 변화의 핵심 요인으로는 카렌 바스 LA 시장이 2022년 취임 직후부터 추진해온 ‘인사이드 세이프(Inside Safe)’ 프로그램이 지목된다. 이 정책은 장기간 도시 경관과 공공 안전을 위협해온 거리 노숙촌을 단계적으로 철거, 노숙 인구를 모텔이나 호텔 등 임시 숙소에 우선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바스 시장은 “여전히 길거리에는 노숙인들이 존재하며 (프로그램이) 완전한 해법은 아니다”라면서도 “한 발자국씩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민들도 주택 공급 확대에 동참해왔다. 2016년에는 노숙인을 위한 영구 주택 건설 자금을 마련하는 ‘HHH 법안(Proposition HHH)’이 주민 투표를 통해 통과됐으며 현재까지 이 법안을 통해 총 8,376호의 지원 주택이 공급된 바 있다. 해당 주택은 정신질환이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숙자를 위한 주거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주정부 차원의 대응도 이어지고 있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이달 초 전담 주택청 신설과 소비자 감독체계 통합 등 행정조직 개편안을 발표했으며 중증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법원의 명령을 통해 강제 치료를 허가하는 ‘케어 코트’ 제도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시도 중이다.
다만 아직 문제 해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섬 주지사는 취임 이후 총 370억달러(약 51조원) 이상의 예산을 노숙자 문제 해결에 투입했지만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캘리포니아 전체 노숙자 수는 오히려 24% 증가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캘리포니아 입법분석실(LAO)은 보고서를 통해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정책 지출의 구조적 효율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