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 발표에도 불구하고 강세로 마감했다. 악재를 오히려 불확실성 해소로 해석하며 주식을 사들이는 이른바 ‘배드 이즈 굿(Bad is Good)’ 흐름이 이어졌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로이터=연합뉴스

14일(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88.14포인트(0.20%) 오른 4만4459.65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8.81포인트(0.14%) 상승한 6268.56, 나스닥지수는 54.80포인트(0.27%) 오른 2만640.33을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유럽연합(EU)과 멕시코에 대해 3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철강·구리 등 기존 품목 외에 추가적인 조치로, 8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증시는 관세 발표에도 불구하고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당일 뉴욕지수 선물은 아시아장에서 0.5% 넘게 하락하며 출발했으나, 뉴욕장 개장 전에는 보합권으로 낙폭을 좁혔다. 시장은 발표된 관세가 실제 부과되기까지 시간이 남아 있고, 실질 적용 수치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JP모건체이스는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가 결국 관세 수준을 낮추거나 연기할 가능성이 있다”며 “단기 조정이 오더라도 매수 기회로 여겨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제 시장의 초점은 기업 실적에 맞춰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트럼프가 주요 교역국에 대한 관세 방침을 대부분 공개하면서 불확실성이 일단락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GDS자산운용의 글렌 스미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기업 실적이 남은 관세 우려를 덮을 수 있을지가 시장의 관심사”라며 “현재까지는 시장이 관세 헤드라인을 잘 견디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주에는 JP모건체이스와 모건스탠리를 시작으로 미국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화된다. 투자자들은 실적 자체보다 하반기 가이던스에 주목하고 있다.

비스포크인베스트먼트그룹의 폴 히키 창업자는 “첫 실적 발표 때 소폭 매도세가 나오는 건 이례적이지 않다”며 “계절적 비수기에 진입하며 실적 기대치가 높아진 만큼 조정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에너지가 1% 이상 하락했고, 의료·소재·기술주도 하락 마감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0.87% 하락했으며, 30개 종목 중 26개가 내렸다. 대형 기술주 중에서는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이 약세를 보였고, 애플은 1.2% 하락하며 시가총액 3조달러 선이 위태로워졌다.

반면 인공지능(AI) 방산업체 팔란티어는 4.96% 급등하며 시가총액 3375억달러를 돌파했다. 나스닥 내 시총 1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비트코인 관련주도 강세였다. 비트코인이 사상 처음으로 12만달러를 돌파하며 스트래티지는 3.78% 상승했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는 9월 기준금리 25bp 인하 확률을 59.3%로 반영하고 있다. CBOE 변동성지수(VIX)는 전날보다 0.80포인트(4.88%) 상승한 17.20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