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장, 팀장, 팀원 등 직급 순으로 책상이 배치된 ‘T자형’ 배치는 전통적인 사무실 공간의 정석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업무 형태가 다양해지고, 수평적 관계가 중요시되면서 사무실 공간에도 변화가 생겼다. 최근 몇 년 간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의 고정석을 없애고, 사무실 공간 배치에 자사 아이덴티티(정체성)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코스메틱 브랜드 A는 전용면적 4826㎡(약 1460평)에 달하는 넓은 한국 사무실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업무 공간과 화장품 샘플 등 물품 보관 구역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부서 간 협업이 잦음에도 불구하고 소통을 위한 공간이 부족했다. 글로벌 오피스 가이드라인은 존재했지만, 한국의 업무 환경과 문화에는 잘 맞지 않았다. 결국 A사는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프로젝트 앤 디벨로프먼트(PDS) 팀에 도움을 요청했다.
PDS는 사무실 입지 선정부터 디자인, 운영 관리까지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서비스로, 한국에서는 2017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쿠시먼 PDS 팀은 A사 사무실에 샘플 보관 동선을 고려한 수납 공간을 마련해 ‘클린데스크(Clean Desk)’ 환경을 구현했고, 캐주얼 미팅룸 등 오픈 협업 공간을 추가했다. 또,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반영한 리셉션 공간을 조성해 ‘회사의 얼굴’을 새롭게 디자인했다. 리노베이션 이후 직원들의 사무실 만족도는 기존 4.7점(10점 만점)에서 8.17점으로 크게 향상됐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전 세계 60개국에 진출해 부동산 매매, 임대, 관리, 가치 평가, 자문 등 종합적인 부동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PDS 팀은 쿠시먼의 100년 이상의 업력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집약한 팀이라 할 수 있다. 조선비즈는 쿠시먼 PDS의 아시아·태평양(APAC) 책임자인 탐 깁슨(Tom Gibson)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ㅡPDS팀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가.
“사무실 개발 및 이전 프로젝트를 초기 단계부터 완료까지 전반적으로 지원하는 팀이다. 한 기업이 사무실 이전을 고려한다고 가정하면, 부지 선정부터 사무실 설계, 건설 과정, 완공 이후 이전 작업, 이전 후 관리까지 모든 과정에 관여한다고 보면 된다.”
ㅡ쿠시먼 PDS의 강점은 무엇인가.
“쿠시먼의 PDS 서비스는 강점을 한 가지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하다. 사무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여러 사람의 의견을 잘 모으는 ‘소프트 스킬’을 가진 인력이 활약하고, 공사가 진행되는 후반부에는 건축 등 기술에 강한 ‘하드 스킬’ 전문가들이 투입된다. 각 과정에 맞는 능력을 가진 팀들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쿠시먼 PDS의 큰 장점이다.
더구나 쿠시먼은 상업용 부동산 전반을 다루기 때문에, PDS 서비스도 다른 서비스들과 자연스럽게 연계할 수 있다. 실제로 자본 시장, 임대 자문, 임차인 대리 등 쿠시먼의 다양한 서비스와 유기적으로 연결해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ㅡAPAC 지역 PDS 시장의 특징은 무엇인가.
“대체 자산(Alternative Assets) 분야에서 PDS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동안 PDS 서비스는 주로 기업 사무 공간에 집중돼 왔지만, 최근 APAC 지역에서는 호텔업, 데이터센터, 생명과학, 물류, 산업, 의료, 교육 등 다양한 대체 자산 분야에서도 PDS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APAC 지역은 글로벌 기업 고학력 노동력이 집중돼 있으며, 이들이 기술 기반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이러한 환경 덕분에 부동산 투자 자금도 대거 유입됐고, 쿠시먼 PDS팀은 그 혜택을 보고 있다. 이 지역에서 PDS 사업 규모는 2016년 이후 약 3배 성장했다."
ㅡ대체 자산 중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무엇인가.
“데이터센터는 APAC 지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자산군으로, 글로벌 펀드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들이 APAC 지역 내 대규모 시설을 필요로 하면서 데이터센터 시장의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다.
쿠시먼 PDS는 토지 인수, 자산 임대, 프로젝트 관리, 시설 관리 등 데이터센터 개발 및 운영의 전 과정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APAC 지역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한국과 일본 등 데이터 센터가 성숙한 시장은 물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지역 전역에서 여러 데이터 센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ㅡ데이터센터와 일반 사무실 PDS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상업용 부동산 프로젝트를 관리한다는 점은 데이터센터와 일반 사무실 모두 비슷하지만,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데이터센터는 서버와 컴퓨터가 24시간 멈추지 않고 작동해야 하는 공간인 만큼, 건물을 설계하고 짓는 과정에서 전기와 기계 같은 복잡한 기술 요소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 또한 이런 기술 중심 시설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면서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지도 미리 평가해야 한다. 이 때문에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기술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
반면 일반 사무실 프로젝트는 기술적으로는 상대적으로 단순하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원활히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사무실 인테리어는 사용자 경험과 조직 문화, 업무 방식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ㅡ한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한국 시장은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의 평균 성장 속도와 비슷하게, 서비스 출시 이후 약 3배의 성장을 기록했다. 쿠시먼은 자사의 강력한 직장 전략(Workplace Strategy) 자문 역량을 바탕으로 핵심 고객층인 임차인을 확보했고, 대체 자산 분야에서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있다.
한국 지사는 올해 PDS 로드맵을 새롭게 수립하며, 추가 성장을 위한 전략 마련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여섯 명으로 출발했던 한국 PDS 팀은 8년 만에 인원 수 기준으로 5배 이상 성장했다. 최근에도 우수 인재 확보와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를 통해 ‘플라이휠 효과(Flywheel Effect)’, 즉 지속적인 성장과 가치 창출을 이끄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