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홍역 발생 건수가 30년 만에 최고의 수준에 달했다. 홍역은 기침 또는 재채기를 통해 공기로 전파돼 매우 강한 전염성을 가진 질병으로, 미국은 지난 2000년 홍역 완전 퇴치를 선언한 바 있다.
10일(현지 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전날 올해 홍역 확진자가 1288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2126명의 환자가 나왔던 1992년 이래 최악의 수준으로, 지난 1월 홍역이 미국 내에서 발병한 후 홍역으로 인해 3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에서 홍역이 유행하는 이유로는 예방접종율 감소가 꼽힌다. CDC에 따르면 2023-2024학년도 유치원생의 홍역 예방 접종률은 93% 미만으로 감소했는데, 이는 2000년 홍역 퇴치 선언 이후 가장 많은 홍역 환자가 발생했던 2019-2020학년도 예방접종률 95%보다 낮은 수준이다.
미국 내에서 가장 많은 홍역 환자가 발생한 텍사스의 경우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예방 접종을 하지 않은 아동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텍사스는 올해 초 시골 지역의 메노파교(기독교의 한 분파) 공동체에서 홍역 바이러스가 집중적으로 확산하며 환자 수가 폭증했다. 현재까지 텍사스주에서만 753건의 홍역 확진사례가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예방 접종이 위험하고 불필요하다는 근거 없는 믿음이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 내 어린이 질병에 대한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의 비율이 증가하면서 홍역 발생이 빈번해졌다”면서 “홍역 확산을 막기 위해선 2회 접종 기준 95%의 예방 접종률을 달성해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 올해 들어 미국에서는 MMR(홍역-볼거리-풍진) 백신 음모론이 확산됐다. 지난 4월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보건 비영리단체인 카이저패밀리재단(KFF)이 응답자 13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미국 성인 대다수가 MMR 백신에 대한 음모론을 접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 상당수가 사실 여부를 명확히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백신 회의론자’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보건복지부 장관에 취임한 영향이 크다. 케네디 주니어는 공식 성명에서 홍역의 위협을 축소하는 발언을 자주 했으며, 홍역 백신이 자폐증과 연관이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지난달에는 CDC 예방접종 자문위원회 위원들을 모두 해임하고, 백신 비판론자들을 새로 포함시켰다. 이 자문위원회는 어린이를 위한 백신 중 어떤 것이 보험 대상에 포함될지 등을 결정한다.
홍역 확산 우려는 미국 외 국가들에서도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 세계 공공 보건 당국은 홍역 위협을 적절하게 모니터링하고 대응할 수 없을까 우려하고 있다”며 “세계보건기구(WHO)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미국이 탈퇴하면서 발생한 자금 손실을 메우지 않으면 세계 최대의 보건 네트워크가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