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향해 기준금리를 즉시 인하하라고 공개 압박하고 있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존의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급증하는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를 언급하며 연준이 정부의 차입 비용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파월 의장은 연준의 법적 책무는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이라며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소셜 미디어(SNS) ‘트루스 소셜’에 “연준 금리는 최소 3%포인트(p)는 너무 높다”며 “미국은 매년 1%포인트당 3600억 달러의 재융자 비용을 치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의 연방채무 이자 부담이 국방비 지출을 앞지를 정도로 급증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들며 금리 인하를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파월 의장을 포함한 연준 주요 인사들은 중앙은행의 목적이 정부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인플레이션과 고용 지표를 보고 판단한다”며 “예산 상황이나 부채 수준은 금리 결정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연준은 물가 안정(2% 목표)과 최대 고용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을 의무로 하고 있으며, 현재 실업률이 낮고 경제 지표가 안정적인 상황에서 조기 금리 인하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따르면 위원 다수는 통화정책 변경을 위한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으며 일부 위원은 올해 금리 동결을 주장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트럼프의 지속적인 압박이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데이비드 윌콕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연준이 대통령의 요구에 응해 부채 조달비용을 낮추기 시작하면 시장은 중앙은행의 물가관리 능력을 의심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은 최근 포르투갈에서 열린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미국 경제가 탄탄한 한 우리는 시간을 두고 상황을 관찰하며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급격한 조정보다는 점진적 대응을 선호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편 연준은 최근 본부 보수 예산이 코로나19 이후 원자재 가격 급등 등의 영향으로 당초 계획보다 6억 달러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 측은 “재정 적자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연준이 예산을 남용하고 있다”며 파월 의장을 공격했고,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그의 사임을 공식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파월 의장을 해임할 수 있는지 법률 검토를 마친 상태다. 대법원은 대통령이 연준 의장을 해임할 권한이 없다고 판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그에 대한 정치적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2026년 5월까지이며 이후에도 연준 이사회 이사로 2028년 초까지 재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