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이후 수개월 이상 피로, 호흡곤란, 인지 저하 등 다양한 증상이 지속되는 ‘롱 코로나’가 전 세계 공중보건의 새로운 도전 과제로 떠올랐다. 지야드 알-알리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박사는 “팬데믹은 다시 발생할 것이며, 문제는 ‘언제’일 뿐”이라며 장기 후유증 대응이 차세대 감염병 관리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AP=연합뉴스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워싱턴대학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롱 코로나 환자는 약 2000만명에 달했다. 이들은 만성 피로, 브레인 포그(인지 저하), 가슴 통증, 우울증, 수면장애 등 복합 증상을 호소하고 있으며, 상당수가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롱 코로나는 코로나19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전문가들은 1918년 독감 팬데믹 이후에도 파킨슨병 유사 증상, 무기력증, 집중력 장애 등이 다수 보고됐으며, 당시 농민들이 밭일조차 감당하지 못해 경제적 위기를 겪었다고 설명했다. 사스, 메르스, 에볼라, 라임병, 뎅기열 등 다른 감염병 이후에도 유사한 ‘감염 후 증후군’이 나타났으며, 이들 모두 팬데믹 이후 수년간 영향을 끼친 바 있다.

지난해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 롱 코로나 환자의 절반가량이 근육통성 뇌척수염·만성피로증후군(ME·CFS)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질환은 운동 후 극심한 피로감이 특징이며, 바이러스 감염 후 면역계 이상 반응과의 연관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NIH는 롱 코로나의 생물학적 원인 규명과 치료법 개발을 목표로 ‘회복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이 프로젝트는 33개 주, 83개 기관에서 1만5000여 명의 환자를 추적 중이며, 감염 초기부터 장기 증상까지 포괄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를 통해 미래의 감염병에도 적용 가능한 조기 경고 및 예방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련 정책과 예산은 후퇴하고 있다. 미국 보건복지부(HHS)는 2023년 롱 코로나 전담 조직을 해체했고, 자문위원회는 첫 회의를 열기 전 해산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2025 회계연도 예산안에는 HHS 예산 삭감과 함께 NIH 예산의 40% 감축이 포함돼 있다. 이는 롱 코로나를 포함한 각종 감염병 연구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의료 인력 부족도 구조적 문제로 떠올랐다. 미국 내 병원과 지역 의료기관은 이미 코로나 팬데믹으로 소진된 상태이며, 향후 팬데믹이 재발할 경우 대응 여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특히 감염병 이후 장기 증상을 치료할 수 있는 전문가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에서 장기 감염병에 특화된 시스템 재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 마스크 착용, 환기, 항바이러스제 활용 등 과학 기반 방역 수단이 정치화되면서 공중보건 정책의 실효성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집단적 기억상실”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팬데믹 당시 확보한 교훈이 휘발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알-알리 박사는 “미국에서 110만명이 넘는 국민이 목숨을 잃었고, 그 대가로 얻은 과학과 경험을 외면하고 있다”며 “이제는 장기 후유증을 포함한 팬데믹 전반에 대한 통합적이고 지속가능한 대응 체계를 구축할 정치적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