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향후 중장기적으로 기준금리를 다시 ‘제로(0%) 수준’까지 낮출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고 진단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온 연준이 초저금리 복귀 시나리오를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욕 및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공동 연구진이 8일(현지 시각) 공동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0% 근처까지 낮춰야 할 상황이 중장기적으로 여전히 상당한 확률로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논문 공동저자인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등은 “제로금리 재진입 리스크는 과거보다 줄었지만, 최근의 높은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위기 당시 정책금리를 사실상 0%까지 낮췄고, 이후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2022년부터 급격한 금리 인상에 나섰다. 현재 연방기금금리는 4.25~4.5% 수준에 머물고 있다.
보고서는 초저금리로의 회귀가 현실화될 경우, 연준이 전통적인 금리 조정만으로는 경기부양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팬데믹 이후 연준은 대규모 채권매입과 자산보유 확대, 향후 정책 경로에 대한 명확한 커뮤니케이션 등 비전통적 수단을 병행해왔다. 이 같은 조치는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급격히 팽창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2027년까지 기준금리를 3.4% 수준으로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르면 올해 안에 인하가 시작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과 이에 따른 완화 정책 압박 등 정치적 변수는 연준의 정책 운용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고서는 또 “기대 금리가 높을수록 제로금리 재진입 위험은 낮아지지만, 금리에 대한 불확실성이 클수록 해당 위험은 커진다”고 분석했다. 이는 경기를 과열시키지도 위축시키지도 않는 적정한 기준금리 수준인 ‘중립금리’에 대한 연준 내 인식 변화와도 맞물린다. 현재 연준은 중립금리를 3% 수준으로 상향 조정해 향후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초저금리 수준까지 갈 여지가 줄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 저성장과 디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부상할 경우 연준이 마이너스에 가까운 금리를 다시 도입할 수 있다”며 “정책 여력을 남기기 위한 사전적 경계”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