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IT 기업 애플이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미국 내 전문가들은 “중국 진출은 당시로선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며 오히려 상호 이익의 구조 속에서 이뤄진 전략적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애플 중국 상하이 매장에 아이폰이 진열돼있다. /AFP=연합뉴스

3일(현지 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메그 리스마이어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전날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패널 토론에서 “애플은 중국의 생산력과 혁신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지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그 시점에서 중국 진출 외에 뾰족한 대안은 없었고, 지금 돌이켜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논쟁은 최근 출간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출신 패트릭 맥기 기자의 저서 ‘중국의 애플: 세계 최고 기업의 포획’에서 비롯됐다. 맥기는 이 책에서 “애플이 중국에 모든 것을 의존한 결과 권위주의 감시체제에 스스로를 묶어버린 셈”이라며 “중국이 생각보다 더 무자비한 통제국가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각이 일면적인 해석이라고 지적한다. 제프리 딩 조지워싱턴대 신기술·국제관계학 교수는 “아이폰 생산 과정에서 중국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제한적이며, 애플의 기술을 중국이 그대로 전수받았다는 인식은 과장”이라고 반박했다.

딩 교수는 또 “미중 간 경제적 상호의존은 전쟁 가능성을 줄이는 중요한 장치가 될 수 있다”며 “대립 구도가 아닌 협력과 견제의 균형 속에서 관계를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미중 갈등이 심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기업들은 여전히 중국 시장에 머물고 있다. 중국 주재 미국상공회의소가 지난 5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다수가 당분간 철수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애플 뿐만 아니라 테슬라, 포드, GM 등도 중국 내 투자를 지속 중이다.

리스마이어 교수는 “미국 기업들은 단순히 수익이나 값싼 노동력 때문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환경에서 중국의 전략과 움직임을 학습하고 대응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맥기 전 기자 역시 “초기엔 애플이 중국과 협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을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지금과 같은 깊은 개입이 과연 적절한지는 검토해볼 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