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시설 폭격에 대한 미국 정부의 내부 평가 보고서가 언론에 유출된 직후 의회와의 기밀 정보 공유를 제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악관은 트럼프에 적대적인 ‘딥스테이트(Deep State·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기득권 세력)’가 의도적으로 정보를 빼돌렸다고 보고, FBI가 유출 경위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 정치 전문 매체 악시오스는 26일(현지 시각) 복수의 고위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참모들이 기밀 유출에 격분했고, 기밀정보공유시스템(CAPNET)에 대한 접근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문제가 된 보고서는 국방정보국(DIA)이 공습 직후 작성한 ‘전투 피해 평가’ 예비 보고서로,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 3곳을 정밀타격한 이후의 결과를 담고 있다. 이 보고서는 지난 월요일 CAPNET에 게재됐으며, 이튿날 CNN과 뉴욕타임스(NYT)가 해당 내용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보고서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파괴된 것이 아니라 수개월 지연되는 수준이라는 판단을 담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습 직후 “이란 핵시설이 완전히 무력화됐다”고 주장한 것과 배치된다.
백악관은 DIA 보고서가 제한된 정보만을 바탕으로 한 예비 분석이며 이를 언론에 유출한 것은 대통령의 국가안보 정책에 타격을 주기 위한 정치적 행위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보고서는 작성 당시 위성사진과 전자신호만을 토대로 했고, 현장 조사를 반영하지 못했으며, ‘신뢰도 낮음’이라는 문구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부는 특히 공습 전 의회에 일부 핵심 정보를 공유하지 않은 것에 대해 민주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기밀 유출이 행정부와 의회의 갈등을 더욱 고조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CAPNET에 게시되는 보고서의 범위를 줄이고, 국회 보고를 사전 검열하는 절차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고위 보좌관은 “CAPNET에 올리자마자 다음 날 언론 보도가 나오는 상황이라면, 정보를 공유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보기관 내에 대통령을 겨냥하는 내부자가 있다고 대통령도 확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이번 미·이스라엘의 합동 공습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매우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고 평가했으며,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현지 핵시설이 정상 가동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NATO 정상회의가 열린 유럽 현지 기자회견에서 “정보기관 안에는 나를 싫어하는 스파이들이 있다”며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그는 집권 초기부터 러시아 스캔들 수사, 내부 유출 사태 등으로 정보기관과 긴장 관계를 이어왔으며, 이번 사태는 그 불신을 더욱 심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도 “유출자들은 정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언론은 그것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루비오 장관은 “이번 공습으로 이란 핵개발은 실질적으로 차질을 빚고 있으며, 그 효과는 IAEA 조사로도 입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