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이란이 전격 휴전에 합의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시설 공습 직후 “신께 감사한다”고 밝힌 발언을 두고 종교를 앞세운 전쟁 정당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휴전 합의 이후에도 정치적 해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지층 결집을 위한 수사라는 비판과 함께 종교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22일(현지 시각) 미국 데일리비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연설에서 이란 핵시설 3곳에 대한 공격 사실을 공식 확인하며 “신께 감사드린다. 신께서 중동을, 이스라엘을, 그리고 미국을 축복해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전투 종료 발표 전 이뤄진 것으로, 종교적 언급을 통해 공격을 미화하려 했다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발언이 단순한 신념 표현을 넘어 신을 통한 정당화 수사로 읽힌다고 지적한다. 특히 미국보다 이스라엘을 먼저 언급한 점, 트럼프 본인이 종교적으로 일관된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이 집중됐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의 첫 임기 중 그를 “매우 종교적”이라고 평가한 미국인은 7%에 불과했다.
소셜 미디어(SNS) 상에서는 “신은 또 다른 전쟁을 원치 않는다”, “이스라엘 먼저 축복하고 미국은 그다음이냐”는 반응이 이어졌다. 일부는 트럼프를 ‘적그리스도’에 비유하거나 발언 자체가 ‘강압적이고 불편했다’는 반응도 보였다.
트럼프는 과거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침공 당시 ‘신의 사명’을 언급했던 전례를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실제 부시 대통령은 2003년 이집트에서 “신께서 아프가니스탄, 이라크로 가라고 하셨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역시 이번 발언에서 유사한 메시지 전략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종교적 배경과 실제 행보 간 괴리도 논란거리다. 트럼프는 스스로를 비종파 기독교인이라 밝히고 있지만, 공식 일정에서 교회 출석은 거의 없었으며 백악관 앞 시위대 해산 직후 성경을 거꾸로 들고 촬영한 장면은 대표적인 조롱 사례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그는 복음주의 유권자들을 핵심 지지층으로 삼고 관련 수사를 지속적으로 활용해 왔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합의한 이번 휴전은 중동 지역의 긴장 완화로 이어지고 있지만, 미국 정치권에서는 트럼프의 발언이 남긴 여운에 대한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종교와 안보, 정치가 뒤섞인 트럼프의 메시지 전략은 향후 유사한 군사·외교 사안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