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중국 군사·정보기관을 지원해왔다는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 주장이 나왔다.
이 관계자는 딥시크가 동남아시아에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하는 식으로 미국 규제를 우회해 고성능 AI 반도체를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딥시크는 미국발(發) 강력한 반도체 수출 통제 속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구현해 업계에서 주목 받았다. 이번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 기술 성장 배경에 불법적으로 확보한 미국산 칩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로이터는 23일(현지시각) 익명의 미국 국무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딥시크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중국 국가 차원에서 군사적·정보적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직접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리는 “앞으로도 딥시크가 중국 군사·정보 작전을 기꺼이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며 “사용자 정보와 통계를 베이징 국가 감시 기관과 공유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가 특정 중국 AI 기업을 군사 활동과 연계해 공개적으로 저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로이터는 AI 기술을 둘러싼 미중 패권 경쟁이 훨씬 더 노골적이고 위험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딥시크는 미국 반도체 수출 통제를 피해 엔비디아 고성능 AI칩 ‘H100’을 입수하려 동남아시아에 유령회사를 세웠다. H100은 2022년부터 미국 수출 통제에 따라 중국 본토와 마카오 등지로 수출이 금지됐다.
이 관계자는 “딥시크가 원격으로 미국 반도체 칩에 접근하기 위해 중국 본토 데이터 센터 사용을 포기하고 동남아 시설을 쓴 정황도 있다”고 덧붙였다.
딥시크는 지난 1월 중국 항저우에서 저비용·고성능 AI 추론 모델 R1을 공개해 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 R1은 미국 기술 제재 속에서도 자체 역량으로 이룬 혁신적 성과라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 매체들은 자국 AI 기술 굴기(우뚝 섬)를 상징하는 사례로 딥시크를 뽑았다.
하지만 로이터는 이번 의혹을 전하며 “딥시크가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결국 미국 AI칩과 기술에 의존했을 것이란 확신이 (미 정부 내에서) 커지고 있다”며 “딥시크가 보유한 역량이 과장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딥시크는 미국에서도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등 주요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때문에 딥시크를 사용하는 모든 사용자 정보가 중국 정부 정보 활동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유력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보고서에서 “딥시크가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는 중국의 국가 감시 시스템을 정교화하고, 소수민족을 탄압하거나 군사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고 정면으로 경고했다.
미국은 딥시크 압박 수위를 한층 더 높일 태세다. 이탈리아는 이미 딥시크를 차단했다. 미국에서도 해군과 항공우주국(NASA)은 딥시크 사용을 금지했다. 유럽에서는 데이터 보호에 민감한 통신 당국들이 딥시크 개인정보 처리 방침에 대한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역시 앞으로 딥시크를 화웨이처럼 제재 명단(블랙리스트)에 올리고, AWS 등 자국 클라우드 기업들에 딥시크 서비스를 즉각 중단하라고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