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이후 유가가 단기적으로 최대 10%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지정학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유가 상승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함께 제기됐다.

호르무즈 해협과 이란 지도. /로이터=연합뉴스

22일(현지 시각) 포춘에 따르면 에너지 시장 분석업체 케이플러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위기가 고조되며 유가가 단기적으로 7~10%까지 오를 수 있다”며 “이란의 핵심 시설에 대한 미군의 정밀 타격은 분명한 충격 요인이며,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브렌트유 기준으로는 배럴당 85달러 안팎까지 오를 수 있다는 예상이다.

하지만 케이플러는 “지속적인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그 근거로는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연합체인 원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움직임과 이란의 보복 수단 제한을 들었다. 실제로 OPEC+는 이미 8월 증산을 예고한 상태이며, 하루 41만1000 배럴 이상의 증산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는 최근 몇 달간 이어진 생산 확대 기조를 이어가는 조치로 공급 우려를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보복 움직임도 변수다. 이란 의회는 이날 호르무즈 해협 봉쇄 결의안을 승인했지만 안보 당국의 최종 서명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호르무즈 해협은 하루 평균 2100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하는 글로벌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로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해 이동한다. 해협이 실제로 봉쇄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해협 봉쇄는 이란에도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란의 원유 수출 중 90%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중국 등으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봉쇄가 현실화될 경우 이란 경제에도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이란이 실제로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레버리지 확보 차원에서 협박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한편 이번 공습은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선제타격 이후 8일 만에 이뤄진 미국의 독자적 군사 대응이다. 중동 지역 전반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국제 에너지 시장과 정세의 향방은 이란의 대응 수위와 서방의 추가 조치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