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의회가 22일(현지 시각)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승인한 가운데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여파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투자자들은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 따라 위험 자산을 회피하고 안전 자산으로 자금을 이동시키고 있다.

유조선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이 이란의 3대 핵시설을 타격한 이후 유가는 장중 최대 11%까지 급등해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77달러를 기록했다.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달러 역시 강세를 나타냈다. 반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전세계지수는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약 1.5% 하락했다.

이에 대해 영국 자산운용사 프리미어 미턴 인베스터스의 닐 버렐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초 반응은 안전자산 선호로 이어질 것이고, 주식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로 봉쇄된다면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란 의회는 해협 봉쇄를 의결했고, 안보 당국의 최종 서명만 남은 상태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 요충지다. 이란이 해협을 봉쇄할 경우 자국의 원유 수출도 중단되면서 경제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이번 공습에 대한 강력한 대응 수단 중 하나로 거론돼 왔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의 안시 추발리 글로벌자산관리부문 전략가는 “현재의 위험 환경은 분명히 고조됐다”며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으나 실제 봉쇄 조치가 단행되지 않는 한 충격은 제한적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차루 차나나 싱가포르 삭소마켓 수석 전략가는 “이란의 반응이 미 해군 자산을 직접 겨냥하거나 해협 봉쇄로 이어질 경우 유가가 급등하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것”이라며 “미국 자산의 안전자산 프리미엄도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미국의 공습이 전면전으로 확전될지, 이란의 보복 강도는 어떨지에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갈등이 단기 이벤트에 그치지 않을 경우 향후 에너지와 금융시장의 구조적 변화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