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020년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내용을 담은 FBI 문서가 공개되면서 미 상원이 본격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중국이 당시 대선 결과를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조작했다고 주장해 왔는데, FBI의 증거 공개로 이제껏 음모론으로 치부돼 왔던 트럼프의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된 것이다.

중국의 소셜미디어(SNS) 틱톡 로고와 미국과 중국 국기가 합성된 일러스트 / AFP=연합뉴스

폭스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캐시 파텔 미 연방수사국(FBI)은 17일(현지 시각) 중국의 2020년 대선 개입 가능성에 대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의 기밀을 해제하고, 이를 미 상원의원들과 공유했다. 이는 미 상원 법사위원장인 척 그래슬리(공화당) 의원의 요청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상원은 즉시 해당 내용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그래슬리 의원 측은 해당 문서가 2020년 9월 미 뉴욕 올버니 FBI 사무소에서 작성된 기밀정보보고서(IIR)라고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밝혔다. 그래슬리 의원 대변인은 “이 문서는 FBI가 철저히 조사해야 할 심각한 국가 안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밀 해제 문서에는 “2020년 8월 말, 중국 정부가 대량의 위조 미국 운전면허증을 제작해 이를 비밀리에 미국으로 운송했다”며 “투표 자격이 없는 수만 명의 중국 유학생들과 공산당에 협조하는 이민자들이 위조 운전면허증을 통해 당시 바이든 후보를 위해 투표할 수 있었다”고 적혀 있다.

2020년 8월 일부 미 언론들은 2020년 상반기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이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서만 약 2만 개의 위조 미국 운전면허증을 압수했으며, 대부분이 중국과 홍콩에서 발송된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지만, 정부의 공식 발표 및 후속 조치 등이 따르지 않아 중국의 대선 개입설은 단순 의혹으로 남았다. 이번에 기밀 해제된 FBI의 문서는 시카고에서 위조 운전면허증이 대량 압수된 지 수개월 후에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시 압수된 위조 운전면허증이 FBI 문서 내용과 직접적으로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FBI 문서에는 중국 기업인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SNS) 틱톡이 위조 운전면허증 제작에 사용됐다는 언급도 있다. 문서는 “중국은 수백만 개의 틱톡 계정에서 이름, 신분증, 주소 등 미국 사용자들의 개인 정보를 수집했다”면서 “이를 통해 실제 미국인들의 정보를 사용해 위조 운전면허증을 만들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공개된 문서엔 전임 FBI 국장인 크리스토퍼 레이가 중국의 미 대선 개입 의혹을 외면했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해당 문서에는 2020년 9월 25일 FBI가 문서에 포함된 정보를 ‘철회’했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는데, 이는 레이 전 국장이 미 의회에서 FBI가 선거 부정 행위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증언한 다음 날 작성된 내용이다.

캐시 파텔 현 FBI 국장은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문서에는 중국 공산당이 위조 운전면허증을 제작해 미국으로 배송하고, 이를 통해 우편 투표를 조작하려는 계획에 대한 주장들이 포함돼 있다”면서 “이 같은 주장들은 사실로 입증됐지만, 갑자기 (당시 FBI의 수뇌부에 의해) 회수된 뒤 묻혔다”라고 밝혔다.

그래슬리 의원은 레이 전 국장의 지시로 FBI가 정보원을 재조사한다는 명목으로 해당 문서를 회수하고, 원본 보고서의 모든 사본과 컴퓨터에서 원본 보고서까지 제거하도록 한 결정과 관련해 철저한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슬리 의원은 파텔 국장에게 “FBI가 문서의 진위 여부 확인을 위해 취한 조치, 문서를 회수한 사람, 회수 근거가 무엇인지 등을 설명해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