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각) 스스로 임명한 자국 정보수장을 향해 남긴 말이다.
‘그녀’는 툴시 개버드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다. CIA(중앙정보국)를 포함한 16개 모든 정보기관을 총괄한다. 개버드 국장은 석 달 전 미 의회에서 첩보 자료를 총괄해 “이란은 현재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지 않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석 달 만에 자국 최고 첩보기관 평가를 일축했다. 현재 트럼프는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공격에 미군을 다시 투입하는 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공격 명분은 핵무기다.
트럼프는 19일 “이란이 (핵무기에) 매우 근접했다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20일 ABC에 따르면 전날 백악관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이미 (이란은)핵무기 생산을 위한 모든 조건을 갖췄다”며 “최고 지도자 결정만 남았다”고 말했다.
레빗 대변인은 “이란 핵무기 생산은 앞으로 몇 주 안으로 완료될 것”이라며 “전 세계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이란 핵 포기 결정에 따라 2주 안에 군사 공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전 세계는 과연 이란이 실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지, 혹은 핵무기 제조 기술을 확보했는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이란은 정말 핵폭탄을 손에 넣기 직전이었을까. 아니면 22년 전 이라크처럼 존재하지 않는 위협이 전쟁이라는 방아쇠를 당긴 것일까.
전문가들은 이란 핵 능력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구분해야 하는 개념이 있다고 강조했다.
바로 브레이크아웃 타임(breakout time)과 무기화(weaponization)다. 핵폭탄에 반드시 필요한 ‘원재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시간과 기술, 그 재료로 실제 ‘요리’를 완성하는 데 들어가는 노력과 공정은 완전히 다르다.
현 시점에서 이란은 재료 준비에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선 농도 90%에 근접한 농축 우라늄이 필요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이란은 60% 농축 우라늄 약 400kg을 보유하고 있다. 산술적으로 농축률을 높이면 몇 주 안에 핵폭탄 1~2개를 만들 고농도 우라늄을 확보할 수 있다. 트럼프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를 근거로 이란 핵무기 개발이 ‘임박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료가 있다고 바로 요리가 완성되진 않는다. 우라늄 농축과 실제 핵무기 제조는 완전히 다른 기술 영역이다.
핵폭탄을 만들려면 확보한 핵 물질을 탄두에 탑재할 만큼 소형화해야 한다. 원하는 시점에 터뜨릴 기폭장치를 만드는 상당한 무기화 기술도 필요하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17일 CNN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향해 체계적으로 나아가려는 증거는 없다”고 못 박았다.
앞서 개버드 국장 역시 종합적으로 ‘이란이 핵무기를 실제 만들어서 전선에 배치하려면 최대 3년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스라엘 언론 하레츠는 이번 공격이 실제 위협 제거보다는 정치적 메시지에 가깝다고 해석했다.
하레츠는 “네타냐후는 지난 20년간 이란 핵무기 개발이 임박했다고 주장해왔다”고 강조했다. 철 지난 정치적 공세라는 의미다.
군사 전문가들은 만약 이스라엘이 정말 이란 핵무기 개발이 임박했다고 판단했다면, 산 지하 깊숙한 곳에 있어 타격이 어려운 포르도 농축시설을 더 집중적으로 공격해야 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은 공습 초기 이란 최대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는 나탄즈 핵시설에 공격을 집중했다. 실전 배치가 가능한 핵무기가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포르도 농축시설에는 손을 대지 못했다.
포르도는 이란에서 가장 중요한 우라늄 농축시설 중 하나다. 산 밑 80~90m 지하에 건설돼 있다. 트럼프가 땅 속까지 파괴하는 미사일 벙커버스터로 공격하려는 핵시설이 이곳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2003년 미국이 자행했던 이라크 침공과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고 우려했다.
당시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WMD)가 있다는 명분으로 전쟁을 일으켰다. 하지만 전쟁이 끝날 때까지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훗날 미 상원 정보위원회와 영국 칠콧 조사위원회는 “당시 정보가 깊이 결함이 있었고 정치적으로 이용됐다”고 결론 내렸다. 존재하지 않던 위협을 만들어 내서 전쟁을 정당화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트럼프는 평소 이라크 전쟁을 촉발한 네오콘(신보수주의)을 전쟁광이라고 비난했다.
만약 이번에 이란에서 핵 무기에 관한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면 ‘전쟁광 네오콘’을 맹비난해온 트럼프는 스스로 그들과 똑같은 인물이었음을 증명하는 셈이 된다.
일각에선 부시 행정부 발목을 잡았던 이라크 전쟁이라는 늪이 트럼프에게 ‘이란의 늪’으로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BBC는 “2016년 공화당 경선에서 ‘부시가 거짓말로 이라크를 침공했다’고 비판하던 트럼프가 이제 본인이 지명한 정보국장 말을 무시하면서까지 이란 공격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