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공습에 대한 미국의 개입 여부를 숙고 중인 가운데 파키스탄 군부의 실세인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과 회담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 /AFP 연합뉴스

블룸버그·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19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워싱턴에서 무니르 총장과 비공개 회담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회담 의제에는 이란 사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니르 총장은 최근 인도와의 무력 충돌 대응 과정에서 공로를 인정받아 파키스탄군 내 최고 계급인 원수(5성 장군)로 승진한 인물로, 군사뿐 아니라 외교·경제 등 핵심 정책 결정에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실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백악관에서 “파키스탄은 이란을 매우 잘 알고 있다”며 “그들(파키스탄)은 상황을 보고 있고, 그는 내 의견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이를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이 무니르 총장과 이란 공격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역시 회담 배경에 이란 문제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회담은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직접 타격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시점에 이뤄져 더욱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에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며 강경 발언을 쏟아냈고, 군사 대응 수위를 고심 중인 상황이다.

정치학자 하산 아스카리 리즈비는 “현직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이 미국 대통령과 단독 회담을 가진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별한 메시지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파키스탄이 이스라엘-이란 간 갈등에서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최근 “이스라엘이 추가 공격을 자제하면 이란이 협상에 나설 의사가 있다”고 밝히며 중재 신호를 보낸 바 있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도 “국제사회는 이 전쟁을 중단시키기 위해 즉각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도 싱크탱크 아난타센터의 인드라니 바그치 대표는 “역사적으로 파키스탄군은 미국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미국은 지역 안보 위기마다 파키스탄에 조정을 요청해 왔다”며 “트럼프 행정부 역시 파키스탄과의 협력을 위한 새로운 실익을 모색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