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가 공식적으로는 ‘경기 침체’나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표현을 피하고 있지만,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연준은 18일(현지 시각) 정례회의 후 발표한 경제 전망에서 올해 미국의 GDP 성장률을 기존 1.7%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로, 기존 전망치(2.7%)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실업률도 4.4%에서 4.5%로 상향 조정됐다.

이는 성장률 둔화와 인플레이션 가속이라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의 전조로 해석된다. 연준은 관련 용어를 직접 사용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경미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회계법인 RSM의 조셉 브루수엘라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 상황은 본격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은 아니지만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일반적으로 경제 성장 정체와 고물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 두 차례의 유가 급등이 계기가 됐고, 최근에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에너지·식품 가격 급등을 야기하며 인플레이션을 자극한 바 있다.

이번에는 중동에서 촉발된 지정학적 긴장이 변수로 떠올랐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제 유가가 상승하고 있으며,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경기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앨런 블라인더 전 연준 부의장(현 프린스턴대 교수)은 “역사적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를 촉발한 주요 충격은 대부분 유가 급등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연준의 정책 대응이 복잡해졌다는 점이다. 연준은 물가 상승 시 금리를 인상하고, 경기 침체 시 금리를 인하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하지만 물가와 실업률이 동시에 오를 경우에는 방향성을 정하기 어려워진다. 브루수엘라스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긴축과 완화를 동시에 할 수는 없다”며 “양쪽 모두에 늦게 대응하면 오히려 인플레이션과 침체 모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과 관세 부과가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했다. 파월 의장은 “누군가는 관세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