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이 이어지면서 석유 공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16일(현지 시각) 이란의 세계 최대 규모 가스전 중 하나인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일부를 공격했다. 아직 석유 시설에 대한 공격은 없었지만, 만약 공격이 발생한다면 중국이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05년 7월, 페르시아만 석유 생산 기지에서 이란 국기가 흔들리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유사들이 제재 대상인 이란산 원유를 저렴한 가격에 수입하는 데 중독되어 왔다”면서 “이란의 원유 수출에 차질이 생기면 중국 정유사들은 수년 만에 처음으로 석유 1배럴에 대해 정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란은 하루 약 17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원유 수요의 2%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중국은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무역 데이터 업체 케플러에 따르면 현재 이란 원유 수출량의 약 90% 이상이 중국으로 향하며, 이란산 원유의 대부분은 산둥 지역의 중소 정유사들이 구매한다.

이란산 원유는 서방 국가들의 제재 대상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를 취급하지 않아왔다. 이로 인해 이란은 자국산 원유를 할인된 가격에 불법적인 경로로 유통시켜왔다. WSJ에 따르면 이란은 선박의 위치 신호를 송수신하는 트랜스폰더를 끈 채 원유를 운송해왔다.

중국 정유사들은 2022년부터 이란산 원유를 수입해 이익을 얻어왔다. 상품 데이터 제공업체 아거스 미디어의 중국 원유 부문 부사장 톰 리드는 현재 이란산 원유가 제재 대상이 아닌 오만산 원유보다 배럴당 약 2달러 저렴하며, 2023년에는 할인폭이 11달러에 달했다고 전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이 격화되면서 중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이란 내 다른 에너지 시설들도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리서치 회사 케이플러(Kpler)의 호마윤 팔라크샤히 선임 원유 애널리스트는 “이스라엘이나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에 영향을 미치고자 한다면 매우 쉽게 공격할 수 있는 명확한 목표물이 있다”며 “바로 카르그 섬”이라고 했다.

카르그 섬은 페르시아만 북부에 위치한 작은 산호초 섬으로, 이란의 원유 수출 대부분은 카르그 섬의 부두에 정박한 유조선에서 출발한다. WSJ는 “이스라엘이 이란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한다면, 테헤란의 석유 자금줄을 끊으려는 유혹을 느낄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카르그 섬을 타격한다면 이란의 대다수 원유 수출이 중단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만약 이스라엘이 카르그 섬을 실제로 공격하면, 중국 정유사들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중국 정유사들이 이란산 원유를 구매할 수 없다면 대체재를 찾아야 하는데, 이는 글로벌 원유 시장 긴장을 높일 수 있다. WSJ는 이스라엘의 카르그 섬 공격은 유가 시장에 충격을 주고 미국 백악관과의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소비자들이 주유소에서 더 높은 휘발유 가격을 지불하길 원치 않는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