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에 여객기 주문이 몰리고 있다. 최근 인도에서 보잉 여객기 추락 사고가 발생한 이후, 에어버스의 시장 점유율이 더욱 확대되는 모양새다.

16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 파리 에어쇼에서 에어버스와 사우디아라비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항공기 임대업체 아빌리스가 항공기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 로이터=연합뉴스

16일(현지 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에어버스는 파리 에어쇼 첫날인 이날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최대 170억 달러(약 23조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계약을 통해 에어버스는 최근 항공기 추락 사고 이후 활동을 축소한 보잉을 에어쇼에서 일찌감치 앞서게 됐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에어버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항공기 임대업체 아비리스(AviLease)로부터 중·단거리 기종인 A320neo 30대와 A350 화물기 10대를 주문 받았다. 아비리스와의 계약은 추후 A320neo 55대, A350 화물기 22대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 주문의 가치는 약 80억 달러(약 11조원)로 추산된다.

에어버스는 또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항공사인 리야드 항공으로부터 대형 A350-1000 25대를 주문 받았다. 앞서 에어버스로부터 A321 협동기 60대를 주문한 리야드 항공은 향후 A350-1000 25대를 추가로 주문할 가능성이 있다.

유럽 항공사에서도 대규모 주문이 이어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폴란드 국경항공사인 LOT 폴란드 항공은 A220 40대를 구매하고, 추가로 44대를 구매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했다.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소셜미디어(SNS)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폴란드 국영 항공사 역사상 가장 큰 투자”라고 말했다.

파리 에어쇼는 오는 22일까지 열리기 때문에, 에어버스의 수주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외신들은 이집트항공이 에어버스 A350 6대를 주문할 가능성이 높으며, 대만 항공사인 스타럭스도 장거리 기종인 A350을 추가로 구매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항공사들이 광동체 및 협동체 모델을 포함해 최소 200대에서 최대 500대의 에어버스 항공기 주문을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만약 500대 주문이 확정되면, 이는 중국이 주문한 항공기 중 역대 최대 규모가 된다.

당시 로이터통신은 “올해 초 미중 관세 전쟁으로 보잉이 중국 시장에서 사실상 고립되면서 에어버스와 논의 중인 항공기 규모가 최대 500대로 확대됐다”고 전했다.

반면, 보잉은 인도 여객기 추락 사고 이후 침체된 상황이다. 보잉 측은 “이번 박람회 기간 동안 신규 주문 발표보다는 고객 지원에 집중할 것”이라고 AFP 통에 밝혔다. 켈리 오트버그 보잉 최고경영자(CEO)와 민간 항공기 부문 책임자인 스테파니 포프는 평소와 달리 파리 에어쇼에 참석하지 않았다.

보잉은 2018년과 2019년에 발생한 두 건의 737 맥스 추락 사고 이후 경쟁자 에어버스에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빼앗겼다. 이후 보잉은 신뢰 회복을 위해 CEO 교체 등 여러 조치를 취했지만, 우수한 안전성으로 보잉의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았던 787-8 드림라이너마저 추락 사고가 발생하면서 다시 한 번 위기에 처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