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중국 기준금리 격인 대출우대금리(LPR)가 내린 가운데, 국유은행에 이어 중소 은행들도 대출과 예금 금리를 대폭 인하했다. 그간 고금리 예금으로 고객을 유치해 온 중소은행들은 금리를 내리니 고객을 잃고, 고객 이탈을 막자니 비용이 늘어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이에 일부 중소은행들은 생존을 위해 외부 자본 유치에 나섰다.
17일 중국 현지 매체 이차이글로벌에 따르면 광둥성, 쓰촨성 등의 중소 은행들이 큰 폭으로 예금 금리를 내리고 있다. 일부는 3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1.2%로 인하했는데, 이는 역대 최저일 뿐만 아니라 대형 은행보다도 0.05%포인트 낮은 수치다.
이는 대출 금리가 내리면서 은행이 벌어들이는 대출 이자 수익이 줄어 고금리 예금 상품에 대한 이자 지급 부담이 커지자, 수익성 악화에 대처하기 위해 예금 금리 인하라는 고육지책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소 은행은 그간 고금리 예금 상품으로 고객을 유치해, 이들에게 ‘고금리’는 대형 은행과 경쟁에서 유일한 무기와도 같았다. 그러나 생존 위기에 내몰려 이를 포기하기에 이른 것이다.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농상은행(农商银行)의 경우 올해 1분기 순이자마진이(NIM) 전 분기보다 0.15%포인트 하락하는 등 수익성 압박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순이자마진은 주요 영업수익에서 비용을 뺀 수익률로, 금융기관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0.1%포인트만 떨어져도 은행의 연간 수익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예금의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자금은 은행 외 자산관리상품이나 채권시장으로 이동 중이다. 5월 말 기준 위안화 예금 잔액은 전년 동기 대비 8.1% 증가했는데, 이 중 비금융기관 예금은 한 달 새 1조2000억위안(약 228조원)이상 증가해 최근 10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예금자들이 일반적인 예금 상품 대신 수익률이 더 높은 금융상품을 찾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자 수익으로는 충분한 자본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일부 중소 은행은 외부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증권일보에 따르면 중소 은행들은 최근 외부 투자자 유치, 전환사채 전환, 지분 대상 증자 등에 나서고 있다. 중국 금융감독총국에 따르면 저장처우저우상업은행(浙江稠州商业银行), 저장민타이상업은행(浙江民泰商业银行), 옌타이은행(烟台银行), 장자커우은행(张家口银行), 바오딩은행(保定银行), 스쭈이산은행(石嘴山银行), 저장핑양농상은행(浙江平阳农村商业银行) 등이 최근 몇 달 새 증자 또는 등록자본금 변경 계획을 승인받았다.
난카이대 금융학과의 톈리후이 교수는 증권일보에 “중소 은행들은 현재 내생적인 자본 축적에 압박을 받고 있는데, 외부 자금 조달 경로가 제한적이고 투자자 신뢰가 상대적으로 낮아 구조적인 위기에 처해 있다”며 “자본 보강 수요가 큰 중소 은행에게 증자 및 유상증자는 중소 은행들에게 있어 실현 가능하고 효과적인 자금 조달 수단”이라고 했다.
한편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오는 20일 6월 LPR을 결정한다. 시장은 중국이 지난달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선제적으로 내린 만큼 이번 달은 금리 동결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