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8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 근처에서 방문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이 ‘과잉 관광(mass tourism)’에 지친 직원들의 집단 파업으로 결국 멈춰섰다. 팬데믹·테러·전쟁 속에서도 쉬지 않았던 세계적 명소가 운영을 전면 중단한 것은 이례적이다.

17일(현지시각) AP통신 등에 따르면, 루브르박물관은 전날 예고 없이 문을 닫았다. 박물관 앞에는 입장을 기다리던 수천 명의 관광객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미국 위스콘신에서 온 관광객 케빈 워드(62)는 “이곳은 말 그대로 ‘모나리자의 신음소리(Mona Lisa moan)’가 들리는 장소였다”며 “그녀도 쉬는 날이 필요했나 보다”고 허탈한 심정을 전했다.

이번 파업은 갤러리 안내 요원, 매표소 직원, 보안 인력 등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집단행동이다. ▲끝없는 관광객 행렬 ▲만성적인 인력 부족 ▲노후한 시설 ▲열악한 근무 환경 등이 파업의 이유로 꼽힌다.

루브르박물관은 하루 평균 약 2만명, 연간 870만명이 찾는 초대형 관광지다. 그러나 내부는 이미 오래전부터 누수, 온도 불안정, 화장실 부족 등의 문제에 시달리고 있었다. 유출된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박물관 일부는 더 이상 방수가 되지 않는 상태이며, 외부 기온 변화가 전시품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직원은 AP통신에 “작품을 감상하기는커녕 휴식 공간도, 화장실도 턱없이 부족하며, 온도 조절도 안 되는 박물관 안에서 매일같이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파업은 2013년과 2019년에 이어 세 번째지만, 사전 예고 없이 박물관 운영을 전면 중단한 것은 이례적이다. 일부 직원들은 이날 오후 대표 작품 위주로 구성된 ‘마스터피스 루트’를 제한적으로 개방하기도 했다.

박물관은 정기 휴관일인 화요일을 거쳐 수요일부터 정상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