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지난주 이란 공습은 핵시설과 과학자 등 핵 프로그램 파괴를 목표로 삼았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나탄즈에 있는 이란 최대 우라늄 농축 시설의 원심분리기가 파괴됐고, 이란의 핵 과학자 10여 명이 사망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무기 제조를 위한 핵심 공급망의 주요 부품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은 여전히 핵 개발이 가능한 상태다.
15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에게 가장 큰 과제는 이란의 가장 강력한 핵 시설인 포르도우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포르도우는 우라늄 농축의 핵심 시설이 위치한 곳으로, 시아파 성지인 콤 인근의 산악 지대에 자리잡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이란 핵 협상에 참여했던 리처드 네퓨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보유를 우려한다면, 핵심은 포르도우”라고 말했다.
미국 정치 매체 악시오스는 “이란의 공격이 ‘용감한 성공’이 될지, ‘위험한 실수’가 될지 결정지을 한 가지 요인은 포르도우 우라늄 농축 시설의 운명”이라며 “포르도우는 산속 깊숙한 지하에 구축된 시설로, 이를 파괴하기 위해서는 전례 없는 창의적인 전술이나 미국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예히엘 라이터 주미 이스라엘 대사는 지난 13일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작전은 결국 포르도우 제거로 완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이란 핵 프로그램의 핵심인 포르도우를 파괴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도움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강력한 재래식 폭탄인 벙커버스터를 지원하지 않는 한, 이스라엘이 단독으로 포르도우를 완전히 파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서 “미국은 이란에 대한 공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설령 이스라엘이 자체 드론 공격 등을 통해 포르도우를 일정 부분 파괴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포르도우 내 우라늄 비축량이 남아 있다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은 계속될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 그동안 이란은 나탄즈, 이스파한, 포르도우 등지에 농축 우라늄을 비축해왔다. 이란의 우라늄 비축량 중 60%는 고농축 우라늄으로, 이는 약 10개의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규모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습으로 나탄즈와 이스파한의 핵심 시설을 상당 부분 파괴했지만, 포르도우는 여전히 온전한 상태다.
심지어 이란은 수년 동안 IAEA에 자국의 원심분리기 생산시설 CCTV 영상을 제공하지 않았다. 포르도우 내 원심분리기가 남아 있다면, 비축된 우라늄을 통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무기급 물질을 만들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 정책연구기관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이란이 포르도우에서 우라늄 농축을 계속할 수 있다면, 한 달 내에 9개의 핵무기 연료를 만들 수 있으며, 두 번째 달 말까지는 총 13개의 연료를 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포르도우를 완전히 파괴하지 못하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더 가속화될 위험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WSJ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무력화하거나 수년간 지연시키겠다는 이스라엘의 목표가 향후 군사작전의 경과에 달려 있다”면서 “그 목표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이란은 국제 사찰단을 추방하고, 핵무기 개발을 가속화할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전직 고위 관리인 시마 샤인은 “이스라엘 군사작전의 성공 여부는 이란 핵 프로그램의 약화 여부에 크게 달려 있으며, 그 평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이번 공격이 이란의 비밀 핵무기 개발 시도를 정당화하고 부추기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브라이트 역시 “이란이 핵무기급 물질 확보에 수개월 이상 걸리고 핵무기 제작에 최소 1년 이상 걸리도록 만드는 등 이스라엘이 바라는 수준에 아직 이르지 못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