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분야 선두 주자인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인 샘 올트먼이 공동 창업하고 CEO까지 맡고 있는 또 다른 회사가 있다. 오클로(Oklo)라는 원전을 이용한 전력 기술 개발 회사다. 이렇듯 올트먼 외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등이 원전 관련 회사를 설립하거나 투자하고 있다. 이는 AI 발전을 촉진하는 데 필요한 전력 확보를 위해 원전이 필요하다는 일치된 견해가 있기 때문이다.

테라파워가 지난 6월 SMR 실증단지 착공식을 가졌다. 착공식에는 테라파워 창업자인 빌게이츠(가운데)와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CEO(왼쪽 5번째), 마크 고든 와이오밍 주지사(왼쪽 3번째)가 참석했다. / SK 제공

올트먼은 오클로 외에 다른 종류의 기술을 사용하는 원전 관련 스타트업 헬리온 에너지(Helion Energy)에도 투자했다. 페이스북 공동 창립자이자 현재 프로젝트 관리 플랫폼 아사나(Asana) CEO인 더스틴 모스코비츠, 링크트인 공동 창립자 리드 호프만, 억만장자 기술 투자자 피터 틸이 세운 펀드 중 하나인 미스릴(Mithril)도 헬리온 에너지에 투자했다.

IT 거물의 원전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게이츠는 2008년 소형모듈원전(SMR)을 만드는 테라파워를 설립했다. 베이조스는 2011년부터 캐나다의 핵융합 스타트업 제너럴 퓨전(General Fusion)에 투자했다. 구글은 2022년에 원전 관련 스타트업인 태 테크놀로지(TAE Technologies)에 투자한 상태다.

이처럼 원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AI 기술 개발이 가속하면서 에너지 수요가 공급을 앞지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기 수요는 2020년 이후 50% 증가했고 현재 미국 에너지 소비의 4% 차지한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12월 초 발표한 연구를 통해 데이터센터 전기 수요가 2030년까지 미국 에너지 소비의 9%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에 따르면 미국 전체 전력 수요는 2030년까지 연간 13~15%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대 기술 기업 역시 태양광, 풍력과 같은 여타 재생에너지보다 원전에 기대 중이다. MS는 지난 9월 펜실베이니아에서 1979년 부분 붕괴가 발생한 쓰리마일(Three Mile) 섬 원전 재가동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2028년까지 원자로를 부활시켜 AI에 필요한 전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CNN에 따르면 아마존, 메타도 데이터센터에 쓰일 원전을 확보하기 위한 계약 체결에 돌입했다. 조지아 공대에서 핵공학을 전공하는 교수인 애나 에릭슨은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안정적인 전기 공급이 필요하다”며 “바람이 불지 않거나 해가 졌다고 해서 가동을 중단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치권도 원전 확대에 찬성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7월에 서명한 어드밴스트 액트(Advance Act)는 새로운 원자로 허가 및 건설을 더 쉽고 빠르게 하기 위해 고안된 법안으로 양당의 지지를 얻었다. 그리고 미국은 지난해 말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COP28)에서 20개국 이상과 함께 2050년까지 세계 원전 용량을 3배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제너럴 퓨전의 최고 전략 책임자인 메건 윌슨은 CNN에 “기술 회사들이 원전에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면서 이산화탄소와 메탄 배출이 없고 신뢰할 수 있으며 저렴하고 깨끗한 전력이 필요하다는 광범위한 인식이 퍼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