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귀환이 확정되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세계 정상 중 가장 먼저 전화를 걸어 “역사상 가장 위대한 복귀”라고 축하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역시 곧바로 트럼프 당선인에게 ‘대통령’이란 칭호를 붙이며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축하 의사를 전달했다.
겉으로는 일제히 트럼프 당선인에게 “축하한다”고 했지만, 트럼프의 대외 정책 기조에 따라 두 정상의 희비는 엇갈릴 수밖에 없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행정부 때부터 친(親) 이스라엘 행보를 보인 데 반해 우크라이나를 향해서는 대선 과정 내내 종전을 압박해왔다.
◇”우크라이나 지원 끊어 종전 압박할 듯”
트럼프의 당선과 함께 미국의 대외 정책이 큰 전환점을 맞게 될 전망이다. 당장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곳은 우크라이나 전장이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자신이 당선되면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공언해왔고, 지난 9월 TV토론 당시에도 “당선되면 취임 전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해왔지만, 트럼프 쪽에서는 여러 방안들이 흘러나왔다. 가장 대표적인 방안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중단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협상장으로 끌고 나오는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9월 경합주(州) 노스캐롤라이나주 유세에서 “우리는 협상을 거부하고 있는 젤렌스키에게 수십억 달러를 퍼주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NBC 뉴스는 “우크라이나는 트럼프에게 축하를 보냈지만, 트럼프가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유지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북한군까지 러시아를 지원하면서 크렘린궁은 키이우에 불리한 조건을 수용하도록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가 모스크바에 “조금 양보했어야 한다”고 말해왔던 점을 고려하면, 현재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땅 상당 부분을 러시아에 넘기는 방안도 언급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를 점령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러시아와 굴욕적 평화 협정을 맺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스라엘, 트럼프 믿고 강경책 펼칠 수도
조 바이든 대통령과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왔던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당선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가 1기 행정부 때부터 노골적인 친(親)이스라엘 정책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재임 기간 중 미국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고, 이란에 대해선 적대 정책을 지속하며 이란 핵합의(JCPOA)를 탈퇴했다.
트럼프가 친 이스라엘 성향인 만큼, 네타냐후 총리의 전쟁 정책을 강하게 지지할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이다. 가자지구와 서안지역 등 팔레스타인 땅을 직접 통제하고 향후 합병까지 고려하는 이스라엘의 구상이 실현될 수도 가능성도 있다. 대선 기간 트럼프는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한다”고 수 차례 밝혀오기도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 승리가 중동에 미치는 가장 즉각적이고 영향이 큰 파장은 이스라엘 극우파의 ‘합병파’에 힘이 실렸다는 점이다. 지도를 다시 그리게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큰 희생이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트럼프는 전쟁 자체를 빨리 끝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자지구 분쟁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이스라엘 현지 언론은 트럼프가 자신의 자택을 방문한 네타냐후 총리에게 선거에 이겨서 집권할 때 쯤이면 이스라엘이 가자 전쟁을 마무리 짓기 원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빠른 종전을 위해 네타냐후에게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