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압도적인 판매량으로 세계 1위의 항공기 제조업체라는 이름이 붙었던 보잉의 수난이 계속 되고 있다. 올해 초 문짝이 뜯겨져 나가는 대형 사고를 시작으로 크고 작은 사고는 물론 보잉 노동조합의 파업에 사측은 대규모 해고 계획으로 맞서는 등 바람 잘 날이 없다.
13일(현지 시각) CNN에 따르면 보잉은 비용절감을 위해 1만7000명 규모의 감원을 실시할 것을 결정했다.이는 보잉의 전 세계 직원 약 17만명의 10% 수준이다. 켈리 오토버그 보잉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재무 현실에 맞도록 보다 집중적인 우선순위를 설정하기 위해 인력 수준을 재조정한다”며 “회사를 회복시키려면 어려운 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잉 먹여살릴 차세대 항공기도 연기...원인은 “노조 파업”
보잉의 차세대 주력 항공기인 777X 기종의 첫 인도 역시 2026년으로 1년 연기될 예정으로 이날 밝혀졌다. 보잉은 개발 및 테스트 문제와 노조 파업으로 인한 작업 중단 등을 이유로 들었다. 최근 임단협에서 나온 임금 협상안을 노조원들이 압도적인 표차이로 부결시켰고, 곧바로 파업이 시작되면서 보잉 767, 777 생산이 멈춰섰다.
777X는 장거리 운항에 특화된 기존 777 모델을 개량한 최신 기종으로, 당초 인도 계획보다 6년 늦어지게 됐다. 기존의 767 기종은 지난 4월 이륙 직후 비상 탈출용 슬라이드가 떨어져 나가고 5월에는 앞바퀴가 내려오지 않아 화물기가 활주로에 그대로 동체 착륙했다. 767 기종은 2027년부터 생산이 중단된다.
보잉은 한달째 노조의 파업과 씨름하고 있다. 보잉 공장의 노동자들은 지난달 임단협부터 16년 만의 파업에 착수했다. CNN에 따르면 보잉 사측과 노조 간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지난주 노조는 향후 3년간 40% 임금 인상과 10년 전 폐지한 확정급여형(DB) 연금 복원 등을 고집하자 사측은 제안을 철회하고 테이블에서 철수했다.
사측은 지난달 23일 최초 25% 인상안에 5%포인트를 얹어 향후 4년간 임금을 30% 올리겠다고 제안한 상태다. 스테파니 포프 보잉 상업용 항공기 부문장은 “노조 측 요구는 보잉이 기업으로서 경쟁력을 유지하며 수용할 수 있는 단계를 넘은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계속 지적되는 안전 결함 문제, 매출 직격탄으로
계속해서 불거지는 보잉 항공기의 안전 결함 문제는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으로 이어지면서 보잉을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올해 1월 미국에서 737 맥스 기종 여객기가 이륙하고 얼마 뒤 동체 벽면이 떨어져 나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2018, 2019년에도 같은 기종의 여객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고 이에 미국 항공 당국은 보잉에 생산 속도 제한 명령을 내렸으며 대대적인 생산라인 점검에 나섰다.
그러는 동안 항공사들은 필요한 여객기들을 제때 납품받지 못하게 됐고 에어버스 등 다른 제조사를 찾아 나섰다. 이는 결국 보잉의 현금 유입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보잉은 올 3분기(7∼9월) 실적 발표에 앞서 이날 공개한 예상 자료에서 파업 충격으로 인한 실적 감소를 예고했다. 또 2분기(4∼6월) 2.90달러였던 주당 순손실은 파업의 영향으로 3분기에 9.97달러로 대폭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예상 매출은 178억 달러, 현금 흐름의 손실 규모는 13억 달러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보잉은 신용등급도 정크본드 수준으로 추락할 위험에 직면했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8일 보잉 신용등급이 “정크본드 수준으로 추락할 수 있다”며 보잉이 파국을 막으려면 최소 100억달러 이상의 신규 자본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트버그 CEO는 “우리 사업은 단기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도 “미래를 위한 중요한 전략적 결정을 내리고 있고, 원상복구를 위해 할 일에 명확한 비전을 갖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