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미국 텍사스주(州)가 데이터센터 인기 부지로 떠오른 가운데, 텍사스의 취약한 전력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텍사스주는 한파와 태풍이 닥쳤을 때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한 곳이다.

미국 텍사스주의 풍력발전단지. /로이터

대부분 국가에서 기존에 존재하던 데이터센터 용량이 이미 포화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신규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 혈안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새로운 AI 경제에서 한계 중 하나는 데이터센터를 어디에 구축하고 어떻게 전력을 확보하느냐”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미국의 텍사스주는 광활한 토지와 태양광·풍력 발전으로 인한 상대적으로 저렴한 에너지원 덕분에 여러 기업이 데이터센터 부지로 선점한 곳이다. 로이터통신은 “텍사스의 경제 성장 및 인구 증가, 데이터센터·인공지능(AI)·암호화폐 채굴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로 올해 여름 전력 소비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텍사스주 전력망을 운영하는 전기신뢰성위원회(ERCOT)는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텍사스의 전력망은 2030년까지 152기가와트(GW) 수요를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처리할 수 있는 양의 거의 두 배 수준이다.

텍사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취약한 전력망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텍사스주는 지난 2021년 한파로 인해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한 곳이다. 겨울에도 온난한 기후를 보이던 텍사스주의 기온이 영하 20도 안팎까지 떨어지면서 전력 시설이 마비된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최강 한파를 감안하더라도 텍사스주의 전력 시스템이 멈춘 것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올해 7월 초에는 허리케인 베릴이 텍사스를 강타하면서 약 300만 가구가 정전되기도 했다. 정전된 곳에는 루멘 테크놀로지스가 운영하는 주요 데이터센터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한파와 태풍으로 인한 텍사스주의 정전 사태는 특히 극한의 날씨에 텍사스 전력 시스템이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미국 에머슨 일렉트릭(Emerson Electric)의 램 크리슈난 최고운영책임자는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으로 인해 텍사스는 새로운 발전 용량 없이는 정전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텍사스 전력망은 태양 에너지원으로부터 공급이 줄어드는 오후 8~9시 사이에 특히 부담을 받기 쉽다고 전했다. ERCOT에 따르면 8월의 극한 기상 조건에서 전력 비상사태가 발생할 확률은 16%이고, 순환 정전이 발생할 확률은 12%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