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 시각)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가히 ‘기록의 여왕’으로 불릴만 하다. 재위 기간 여러 방면에서 기록을 남겼다.

1983년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오른쪽에서 두번째)이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여왕의 좌측에는 레이건 전 대통령의 아내 낸시 레이건 여사와 남편 필립공이 서있다.

우선 집권 기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영국의 군주이자 영연방의 수장으로 70년 4개월 동안 집권했는데, 이는 영국 역사에 등장하는 어떤 군주보다도 긴 재위 기간이다. 이전 기록은 1901년까지 63년 7개월 2일 동안 통치한 증조 할머니 빅토리아 여왕이 보유하고 있었다.

여왕은 96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세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군주이자 국가 원수였다. 역사적으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만큼 장기 집권한 군주로는 1643년~1715년까지 72년 이상 통치한 프랑스의 루이 14세와 1946년부터 2016년까지 70년 4개월을 통치한 태국의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이 있다.

여왕의 혼인 기간은 73년으로, 이 역시 영국 군주의 또 다른 기록이다. 남편인 필립공은 지난해 4월 9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여왕은 1996년에 중국 본토를 방문한 최초의 영국 군주가 됐다. 그는 또 미국 워싱턴 하원 의회에서 연설한 첫번째 영국 군주이기도 했다.

여왕은 왕위에 오른 1952년 이후 100개 이상의 국가를 여행했고, 영연방 국가는 150번 이상 방문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가장 긴 해외 일정은 1953년 11월부터 1954년 5월까지 총 168일 동안 13개국을 방문한 것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여왕이 89세의 나이로 해외 방문을 중단하기까지 세계 일주를 42번 한 것과 맞먹는 거리를 여행했다고 전했다.

가장 많이 찾은 나라는 캐나다로, 22번이나 방문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를 13번 방문했는데 방문 기간 동안 불어를 구사했다.

21세에 공주로서 영연방에 봉사하는 삶을 살기로 서약한 여왕은 2만1000개의 공약을 이행했고 4000개의 법안을 승인했으며, 112개국 국가 원수의 국빈 방문을 주최했다. 여왕이 국빈으로 맞이한 국가원수에는 하일레 셀라시에 에티오피아 황제(1954년), 히로히토 일왕(1971년), 레흐 바웬사 폴란드 대통령(1991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2011년) 등이 포함됐다.

10일(현지 시각) 찰스 3세 즉위식에 참석한 영국 정계 거물들. 왼쪽부터 키어 스타머 노동당 당수, 토니 블레어 전 총리, 고든 브라운 전 총리, 보리스 존슨 전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 테레사 메이 전 총리, 존 메이저 전 총리. /AFP 연합뉴스

또, 재임 기간 동안 버킹엄 궁전에서는 정원 파티가 180번 이상 열렸고, 150만 명 이상이 참석했다. 여왕의 재위 기간 임명된 영국 총리는 총 15명이었다. 첫번째 총리는 윈스턴 처칠(1952∼1955년)이었고, 마지막은 이달 6일 취임한 리즈 트러스였다. 여왕은 보통 매주 버킹엄 궁전에서 역대 총리들과 사적인 접견을 하고 국사를 의논했다.

재임기간이 겹치는 미국 대통령은 14명이나 된다. 그 중 린든 B 존슨을 제외한 13명을 만났다. 가장 마지막에 만난 인사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었다. 여왕은 16세기 헨리 8세 치하에서 탄생한 영국 국교회의 수장으로서 요한 23세(1961년), 요한 바오로 2세(1980년, 1982년, 2000년), 베네딕토 16세(2010년), 프란치스코 1세(2014년) 등 4명의 교황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