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 진영이 일촉즉발의 무력 충돌 위기에 놓인 가운데 아시아에서도 싸늘한 국제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한국, 중국, 일본의 군비경쟁이 주목 받고 있다. 한·중·일 세 국가와 인도는 아시아 지역 전체의 군비 경쟁의 최전선에 있는 국가들로 꼽히고 있으며 이 영향으로 아시아 군비 지출이 지난 10년간 5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닛케이아시아는 중국이 공격적으로 군비 지출을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일본, 인도 등 역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군비 증강에 나선 상황이며 이같은 군사적 긴장감 고조가 실질적인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닛케이는 “특히 중국이 오랜기간 특정한 정당성 없이 공격적으로 군사력을 증강해왔으며 이후 대만, 인도 등과의 긴장감 갈등 고조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는 일본, 한국 등이 함께 군비를 축적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닛케이는 아시아 군비경쟁의 가장 배경으로 중국을 꼽았다. 이는 앞서 서구권 외신들의 우려와도 궤를 같이 한다. 미국 CNN방송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통치 기간 중국군이 급속도로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실제 중국의 군사 예산은 지난해 2000억 달러를 넘어서는 등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미국 국방예산 7400억 달러(예상치)와 비교하면 3분의 1도 안 되는 금액이지만 중국이 핵심 군전력인 항공모음, 미사일 전력 등에서 미국과의 군사력 기술 격차를 해소하고 있다는 분석이 최근 들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중국의 대외 입장도 갈수록 공격적으로 바뀌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7월 중국공산당 창립 10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중국을 괴롭히면 “머리가 깨지고 피가 날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최근 몇 년 새 사소한 중국 공격에도 격하게 반응하는 전랑(戰狼)외교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인접국인 한국과 일본도 ‘군사력 증강’ 카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달 총선을 앞두고 “일본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2% 선으로 확충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또 연내 일본은 오키나와 열도에 추가로 미사일을 배치하고 F-35 전투기 구매와 라이센스 생산을 늘리는 한편 이를 탑재할 수 있는 소형 항공모함도 갖춰나가고 있다.
북한의 잦은 미사일 시험에 맞서 한국도 빠르게 군비를 늘리고 있다. 한국의 군비확장은 동맹국 미국에 덜 의지하려는 의지도 배경이 되고 있다. 남북한의 미사일 경쟁을 억제하기 위해 1979년 시작된 미사일 사거리 제한이 완전히 풀리면서 한국은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군비확충에 더욱 적극적이 됐다. 한국은 또 2033년 첫 항공모함 보유를 추진중이다.
이같은 경쟁적 군비증강에 따른 군사적 긴장감 고조는 우발적인 상황으로 인한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 인도의 국경 분쟁이 아시아에서 가장 위험한 군사적 대치상황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한다.
지난해 6월 중국과 인도 군대가 갈완계곡에서 충돌해 20여명이 숨졌다. 중국은 이 지역이 신장지역에 속한다면서, 인도는 라다크지역에 속한다면서 자국 영토임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이후 양국이 국경지대 군대를 증강하고 있다는 미확인 보도가 여러차례 이어졌다.
아시아의 군비경쟁이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의 1930년대 유럽의 상황을 연상시킨다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기르피스대학교 아시아연구소 피터 레이튼 객원 연구원은 “아시아 주요국들 사이의 전쟁 가능성이 향후 10년 동안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과 아시아 경쟁국들 및 미국 사이의 경제적 연관성이 군사행동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