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84%에서 125%로 끌어올리며 자국 시장에서 미국을 사실상 퇴출시켰다. 미국의 반복적인 관세 인상은 ‘숫자 놀음’에 불과하며, 관세를 협박과 강압의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뿐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까지 내놨다. 중국은 그럼에도 미국이 중국의 권익을 계속 침해한다면 “단호하게 반격하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미국에 이번 무역 전쟁의 매듭을 요구했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미국산 수입품 관세 조치 조정에 관한 공고’에 규정된 추가 관세율을 84%에서 125%로 조정한다”고 11일 밝혔다. 해당 관세는 12일부터 발효된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125%로 인상한 데 대한 반격이다. 이로써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관세는 펜타닐 차단 목적의 20%에 더해 총 145%가 됐다.

관세세칙위원회는 “미국이 중국에 비정상적으로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국제 무역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고, 기본적인 경제법과 상식에 어긋난다”며 “이는 전적으로 일방적인 괴롭힘과 강압의 관행”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 이상 미국의 관세 공격에 대응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현재 관세 수준에서 중국으로 들어오는 미국의 상품이 시장에서 수용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은 앞으로 미국의 후속 관세 인상을 무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관세를 반영한 미국 제품은 중국 시장에서 팔리기 어려운 만큼, 더 이상의 관세 대응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AFP 연합뉴스

중국은 이번 사태의 책임이 전적으로 미국에 있고, 이를 해결해야 하는 주체 역시 미국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중국 상무부는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미국이 무분별하게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해 국제 무역 규칙과 기본 경제법, 상식이 심각하게 침해됐고, 세계 경제와 글로벌 시장, 다자간 무역 체제에 극심한 충격과 혼란을 초래했다”며 “미국은 이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미국이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 대한 상호 관세를 90일 유예한 데 대해서도 “상징적인 작은 조치일 뿐이고, 무역 협박을 통해 미국이 사적 이익을 추구한다는 본질이 바뀌진 않는다”고 비판했다.

미국이 중국을 향해 퍼붓는 관세 폭탄 역시 평가 절하했다. 상무부는 “미국이 중국에 비정상적으로 높은 관세를 반복적으로 부과하는 것은 ‘숫자 놀음’일뿐이며 실질적인 경제적 의미는 없다”며 “미국이 관세를 협박과 강압의 도구이자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더욱 폭로할 뿐이며, 관세는 이제 웃음거리가 돼 버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관세 정책을 계속 고수한다면 중국은 이를 무시할 것”이라면서도 “미국이 계속해서 중국의 권익을 실질적으로 침해하려 한다면 중국은 단호하게 반격하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 난타전으로 양국 간 거래는 완전히 중단될 가능성이 커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재 미국과 중국 간 상품 거래는 연간 7000억달러(약 1005조9000억원) 규모다. 중국유럽국제경영대학원의 발라 라마사미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과 미국 간 상품 무역 관계는 사실상 붕괴됐다”며 “현재로서는 중국이 미국에서 수입하는 상품의 대체제를 쉽게 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인데, 반대로 미국은 중국에 대한 대체제를 찾는 데 상대적으로 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중국이 관세를 이용한 보복은 중단하겠다고 했지만, 다른 방면에서 반격에 나설 가능성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중국 국가영화국은 전날 “미국 영화 수입량을 적절히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관영 신화통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SNS) 계정 ‘뉴탄친’은 지난 8일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관세에 대응하는 ‘6가지 묘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는데, 그 중 하나였던 미국 영화 수입 축소가 현실화한 것이다. 나머지는 미국산 농산물 관세 대폭 인상과 가금육 수입 금지, 중국 내 독점적 지위를 가진 미국 기업에 대한 지식재산권 조사 등이 있다.

중국이 이번 무역 전쟁에서 절대 굽히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지 않은 만큼, 향후 미국 측의 대응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10일 “중국과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볼 것”이라며 “(중국과) 합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매우 존중하고, 오랜 기간 진정한 의미에서 내 친구였다”며 “나는 양국 모두에게 매우 좋은 결과로 끝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시진핑은 이날 베이징에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를 만나 “관세 전쟁에서는 승자가 없다. 일방적 괴롭힘을 함께 막아내자”며 미국을 겨냥해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