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캐나다·멕시코·유럽연합(EU) 등 일부 국가를 타깃으로 한 관세를 부과한 것은 물론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관세를 부과받은 상대국은 수백 개의 미국 상품을 표적으로 한 보복 조치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브라질은 반사 이익을 노리고 있다. 트럼프가 부과한 관세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산 제품 수입을 머뭇거리는 국가에 브라질 제품을 수출할 기회를 노리는 한편 중국산 제품 수입을 우려하는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브라질은 트럼프 재집권 이전부터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트럼프발(發) 무역 전쟁이 촉발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기회로 삼고 있다.

브라질은 트럼프의 재집권에 대비해 중국과 밀착 행보를 보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1월 18일부터 19일까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진행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국빈 자격으로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를 방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아우보라다 궁(대통령 관저)에서 양자 회담을 가졌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 AP 연합뉴스

브라질과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이니셔티브를 비롯해 농업 및 광물 자원·무역 및 투자·인프라·금융·과학 및 기술 분야를 포함한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총 37개 협정을 체결했다. 당시 시 주석은 기자회견에서 “양국은 서로의 성공을 위해 황금 파트너가 될 준비가 돼 있다”며 “중국과 브라질 관계 발전에 있어 역사상 최고의 순간을 맞았다”고 강조했다. 룰라 대통령도 “중국과 브라질이 함께 하는 일은 전 세계에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중국과 브라질의 이해관계는 상호 보완적이기에 양국의 협력은 가능하다. 브라질은 소고기, 철광석, 석유 등 중국이 필요로 하는 원자재를 보유하고 있다. 반대로 중국은 브라질이 구축하고자 하는 인프라에 필요한 자본을 갖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트럼프가 중국을 겨냥한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미국 농산물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에선 브라질 대두 비축에 들어갔다. 미국 농산물을 브라질산으로 대체하고 나선 것이다. 면화부터 닭고기까지 거의 모든 품목을 공급할 수 있는 브라질은 중국의 수입품 수요 증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1기 당시 중국은 미국의 관세 전쟁에 대한 보복으로 브라질을 포함한 남미에서 미국산을 대체한 콩, 곡물, 소고기를 구매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2024년 11월 20일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양자 협정에 서명하며 악수하고 있다. / 로이터

중국은 2009년 이래 미국을 제치고 브라질의 1위 무역 상대국이다. 이후 중국은 브라질을 포함한 남미 국가에 7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며 남미 지역 정치인과 기업인의 환심을 샀다. 현재 중국 기업은 브라질 전기 공급의 약 10%를 통제한다. 브라질 내 다수의 항구와 도로도 중국 기업이 건설했으며 현재 브라질 중부와 동부 및 북부 항구를 연결하는 철도도 건설 중이다.

브라질은 일본으로도 눈을 돌렸다. 룰라 대통령은 최근 일본을 방문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브라질산 소고기 수입을 개방하는 조치에 합의했다. 일본이 현재 수입하는 소고기의 약 40%는 미국산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면서 일본이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브라질이 일본에서 소고기 수출 확대에 나선 것이다.

동시에 브라질은 트럼프가 관세를 부과한 것을 미국으로 수출을 늘릴 기회로 여긴다. 일례로 브라질산업무역협회는 브라질이 중국산 제품을 대신해 미국으로 더 많은 신발을 수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브라질은 아시아를 제외하고는 가장 큰 신발 생산국으로 미국이 수입하던 중국산 신발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더군다나 미국은 브라질과 무역 흑자를 기록해 왔기에, 미국이 브라질산 제품을 더 수입하는 데 거부감이 없을 것이란 기대감도 작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