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반군 후티가 지난해 11월부터 홍해를 지나는 민간 상선을 공격하자 선박들이 남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면서 세계 물류 시장이 출렁이고 있는 와중에도 석유를 포함한 에너지 시장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에 대해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PF)는 18일(현지 시각) “전 세계 해상 수송 석유의 약 12%가 홍해를 통해 이뤄진다”면서도 “후티 반군이 대형 유조선이나 석유 생산 시설을 겨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컨테이너 선박이 수에즈 운하에 들어가기 전 홍해를 항해하고 있다. / 로이터

중동 지역에 초점을 둔 미국 에너지 컨설팅 업체 포린리포츠의 맷 리드 부사장은 “공격 대상이 되는 선박 대부분은 유조선이 아닌 드라이 벌크선, 화물선”이라며 “선원이 피해를 볼 경우에는 일부 국가를 화나게 하겠지만, 유조선을 공격해 환경 재해를 초래할 경우 세계가 분노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후티 반군의 위협으로 통행이 어렵게 된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대체할 항로가 존재하는 것도 에너지 가격 안정에 도움을 줬다. 영국 에너지 공룡 셸 등은 홍해 항로 운항을 중단하고 우회로를 택하고 있다.

여기다 전 세계 석유 생산 능력이 여유로운 것도 홍해 위기로 인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지 않은 원인으로 꼽힌다. PF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러시아산 원유 제재로 석유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금은 미국·브라질·캐나다 등이 기록적인 석유 생산량을 보이고 있다”며 “미국의 제재를 받는 이란은 하루 50만 배럴 정도의 생산량을 추가했다”고 말했다.

리드 부사장은 “실제로 시장은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여유를 갖고 있다”며 “모두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러시아에 당황했고, 결국 2023년에 미국과 브라질이 석유 공급을 늘린 결과”라고 말했다.

석유 공급량이 늘어난 동시에 세계 원유 수요가 예상보다 적은 것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지 않은 요인 중 하나다. 특히 팬데믹 이후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했고, 지난해 후반 힘을 잃으면서 전 세계 원유 수요 증가율은 급격하게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