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이 일본의 민간 조선소에서 군함을 수리·보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현실화할 경우 미군이 일본 미군 기지 밖에서 전투함을 보수하는 첫 사례가 된다. 일본 해상에서 활동하는 미 함정은 20척 이상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람 엠바누엘 주일 미국 대사는 일본 조선소에서 미국 군함을 수리·보수하는 방안을 미국 의회, 일본 방위성, 외무성과 논의 중이다. 미국 내 노동력 부족으로 군함을 수리하는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아시아 지역을 통과하는 군함을 일본 조선소에서 단기 유지 보수한다는 방침이다. 미 회계 검사원에 따르면 미 해군의 주요 함정인 알레이버크급 미사일 구축함은 지난해 보수하는 데 평균 26일 기다려야 했다.

미국 뉴욕 항구로 항해하는 미해군 상륙함. / 로이터=연합뉴스

과거 미국 해군은 일본, 인도, 필리핀 조선소에서 보급용 유조선, 보조함 등을 수리한 적이 있다. 만일 미국 해군이 이번에 일본 조선소에 군함 수리를 맡긴다면 구축함, 순양함, 수륙양용함 등으로 범위가 넓어질 예정이다. 단, 항공모함, 잠수함은 제외된다.

미국 관리는 닛케이에 “미국은 일본과 미국 조선소의 산업 파트너십을 고려 중”이라며 “해군 함정을 유지하고 제조하기 위해 양국의 역량을 확장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 장관은 지난 2월 워싱턴 내셔널 프레스 클럽 연설에서 지난해 여름 인도에서 미국 해군 함정을 수리한 것을 언급하며 “필리핀,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일본에서 활동하는 미국 함정은 가나가와현 요코스카, 나가사키현 사세보에 있는 미 해군기지에서 계약직 일본인 노동자를 고용해 수리한다. 정밀 검사에 몇 년이 걸릴 경우 일본에 기반을 둔 모함은 미국으로 옮기고, 대체 함정을 일본으로 배치하고 있다.

일본 조선업계는 미국 군함을 수리, 보수하는 방안을 환영하고 있다. 일본 조선업은 최근 한국, 중국에 시장점유율을 뺏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군함이 지속적으로 일본 조선소에서 수리를 받을 경우 조선업 중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졌다.

일본 조선업체 산요 코우산은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조선업체인 ‘재팬 머린 유나이티드’의 하청업체로 해상자위대 선박 유지보수 담당해왔다. 노부타카 가와이 CEO는 “미군과의 계약은 우리와 같은 지역 조선소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닛케이는 “미국 군함에 일본 조선소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1970년대 전세계 조선업의 50%를 차지했던 일본 조선업이 다시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미국은 군함을 한국,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에서도 수리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며 “중국에 대처하기 위해 동맹국, 파트너국과 제휴하는 바이든 정권의 통합 억지를 구현하는 움직임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