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전역에서 1일(현지시간) 수천명이 모여 치솟는 임대료와 집값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로이터 통신과 CNN 등 주요 외신이 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지난 1일(현지 시각)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의 시민들이 집값 안정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포르투갈은 서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로 꼽힌다. 포르투갈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월 1000유로(약 142만원) 미만을 벌었다. 월 최저 임금은 760유로(약 108만원)다. 그런데 수도 리스본의 임대료는 2015년 이후 65% 뛰었고 그 기간 동안 매매 가격은 137% 급등했다.

리스본에 있는 원룸 아파트의 평균 임대료는 약 1350유로로 알려졌다. 리스본의 임대료는 작년에만 37% 증가했는데, 이는 바르셀로나나 파리보다 더 높은 증가율이다. 이런 상황은 특히 젊은이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시위 참가자들은 수도 리스본과 포르투갈 전역의 다른 도시들의 거리로 나와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한 시민은 로이터에 “주택을 사기 위해 애를 쓰는 사람들이 많지만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위 참가자는 “리스본의 평균 연봉보다 내 월급이 높지만 그 돈으로는 아파트를 렌트할 수 없을 정도로 집세가 비싸다”고 하소연했다.

남유럽 재정 위기의 진원지 ‘피그스(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중 하나로, 2010년대 초반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겪었던 포르투갈은 이후 ‘골든 비자’ 제도를 앞세워 전 세계 부유층의 안식처로 각광 받았다.

포르투갈의 골든비자는 외국인 이주민이 포르투갈에 50만 유로(약 7억1000만원) 이상의 부동산을 구매하거나 이에 준하는 직접투자를 하면 장기 체류 비자를 발급한다. 포르투갈 정부 통계에 따르면 해외에서 포르투갈로 이주해온 사람이 2015년에 39만명에서 2018년 48만명으로 3년 만에 약 23%가 늘었다.

문제는 투자자들 대부분이 부동산에 투자해 포르투갈의 집값을 끌어올렸다는 것. 이로 인해 국내적으로는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이 쇄도했고 EU집행위원회까지 이 제도의 폐지를 요구했다. 낮은 임금과 높은 임대료 때문에 리스본은 세계적으로 살기 어려운 도시가 됐다. 현재 8.2%에 달하는 포르투갈의 인플레이션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결국 안토니오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는 이 제도가 의도했던 역할을 수행해 유지할 이유가 없다며 지난달 이 계획을 폐기할 의사를 발표했다. 세부 조치는 공개 협의 중이다.

그런데 폐지를 앞둔 골든비자 신청이 다시 쇄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투자자들의 골든비자 취득을 자문하고 도와온 아르톤 캐피털은 정부의 발표 이후 신청이 50% 증가했다고 지난 14일 밝힌 바 있다. 포르투갈 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에는 93건의 골든비자가 발급돼 12월에 비해 45% 감소했지만, 2월에는 중국·미국·튀르키예 투자자를 중심으로 130건의 비자가 발부되며 다시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