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회사 BYD의 전기 SUV 쑹(宋) 플러스 DM-i. /김남희 특파원

2022년 중국에선 승용차 2054만 대가 판매됐다. 코로나 방역 조치 시행으로 인한 생산 차질과 소비 위축으로 판매량이 1년 전 대비 1.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런 와중에도 전기차 판매량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중국승용차시장신식연석회(CPCA)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승용차 중 신에너지차량(NEV) 판매량은 567만 대로, 2021년 대비 90% 증가했다. CPCA가 집계하는 신에너지차는 순수 전기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말한다. 지난해 중국에서 가솔린·디젤을 연료로 쓰는 내연기관차 소매 판매는 13.4% 감소했으나, 친환경차인 신에너지차 판매는 전체 승용차 판매량의 27.6%를 차지할 정도로 크게 늘었다. 2022년 말로 끝난 전기차 구매 보조금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황금 시대를 맞은 중국 전기차 시장은 중국 브랜드 전성시대다. 전기차 시대로 전환이 이뤄지기 전, 중국 자동차 시장은 독일·일본·미국 등 외국 자동차 회사의 각축장이었다. 그러나 전기차 시장에선 판도가 완전히 뒤집혔다. ‘메이드 인 차이나’ 브랜드가 중국 전기차 시장을 휩쓸고 있다. 자동차 회사 간 치열한 경쟁에서 생겨난 다양한 선택지, 폭넓은 가격 경쟁력, 중국인의 애국 소비 트렌드, 높은 기술력, 수준 높아진 디자인 등이 중국 전기차 회사가 시장 주도권을 쥘 수 있었던 비결로 꼽힌다.

2022년 중국 신에너지차(순수 전기+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승용차 소매 판매량.

◇ 中 전기차 시장, 중국 브랜드 싹쓸이

지난해 1~12월 중국 전체 승용차 소매 판매량 중 중국 국산 브랜드 비중은 47.2%로 집계됐다. 2019년(37.8%) 대비 10%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상위 10위 중 순수 중국 브랜드는 비야디(BYD, 1위)·창안(Changan, 3위)·지리(Geely, 5위) 3곳이었다. 나머지 7곳은 외국 회사와 중국 회사의 합작사로, 이치-다중(FAW-폴크스바겐, 2위)·상치다중(SAIC 폴크스바겐, 4위)·상치퉁융(SAIC-GM, 6위)·광치도요타(GAC 도요타, 7위)· 둥펑닛산(8위)·이치도요타(FAW 도요타, 9위)·SAIC-GM-우링(SGMW, 10위) 순이었다.

하지만 중국 전기차 시장은 중국 차가 장악했다. 2022년 중국 전기 승용차 소매 판매량 상위 10 중 순수 중국 브랜드가 8곳이었다. BYD(1위)·지리(4위)·GAC 아이안(5위)·체리(6위)·창안(7위)·허중 너자(8위)·리샹(9위)·창청(10위) 순이다. 순수 외국 브랜드는 약 44만 대를 판 미국 테슬라(3위)뿐이다. 2위인 SAIC-GM-우링(SGMW)은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와 류저우 우링자동차(Wuling),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세운 중국 합자 기업으로, 이 회사 베스트셀러인 소형 전기차 ‘훙광(宏光)미니EV’는 사실상 중국차로 분류된다. 상위 15위까지 범위를 넓혀도 중국 브랜드가 12개(SGMW 포함)에 달한다.

지난해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개별 모델 순위를 보면 중국 차 파워가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CPCA와 미국 친환경 기술 전문 미디어 클린테크니카 집계 등을 종합하면, 2022년 중국 전기차 판매량 상위 20위 안에 중국 차종 17종이 들었다. BYD 6종, SGMW 1종, GAC 아이안 2종, 창안 1종, 체리 QQ 2종, 허중 너자 1종, 리샹 1종, 둥펑 펑선 1종, 지리 지커 1종, 창청 오라 1종이다. 나머지 3종은 테슬라가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한 모델Y SUV와 모델3 세단, 독일 폴크스바겐과 중국 합작사가 만든 ID.4 SUV 1종이다.

시장 데이터 제공사 J.D.파워의 중국 매니징 파트너 에드워드 왕은 중국 관영 매체 차이나데일리에 “중국 브랜드는 새 기술 도입과 새 모델 출시가 더 빠르기 때문에 스마트·소프트웨어 기반 차량 분야를 주도할 것”이라며 “소비자가 차 구매 결정을 내릴 때 스마트 기능과 온보드 경험이 더 중요한 고려 요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중국 창청자동차(GWM)의 전기차 브랜드 어우라(欧拉 ORA)가 만든 소형 전기차 헤이마오(黑猫 Black Cat). /김남희 특파원

◇ 中 BYD, 테슬라 제치고 세계 1위 전기차 등극

BYD(比亞迪 비야디)는 지난해 전기차 180만 대를 팔았다. 2021년 전기차 판매량(58만4020대)의 세 배가 넘는다. 테슬라(글로벌 131만 대)를 제치고 판매량 기준 세계 1위 전기차 제조사로 등극했다. 중국에서도 전기차 판매량 2위 SAIC-GM-우링(44만 대)을 압도적으로 따돌렸다. BYD 전기차가 중국 전체 전기 승용차 판매량의 31%를 차지하며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중국 소비자가 산 전기차 3대 중 1대는 BYD 제품이란 얘기다.

지난해 중국 전기차 판매량 상위 10개 모델 중 1위 쑹(宋 Song)을 비롯해 BYD 모델이 6개에 달했다. BYD가 1위를 되찾은 것은 2016년 탕(唐 Tang) 이후 6년 만이다. 쑹은 BYD 왕조 시리즈(한·당·진·송·원)에 속하는 콤팩트 SUV로, 지난해 47만 대 넘게 팔렸다. 2022년형 쑹 프로 DM-i 모델은 10일 기준 시작가 14만800위안(약 2620만 원)으로, 판매량 3위인 테슬라 SUV 모델Y(시작가 26만1900위안)의 절반 수준으로 저렴하다. 친(秦 Qin) 플러스 세단이 31만 대로 4위, 한(汉 Han) 세단이 27만 대로 5위, 위안(元 Yuan) 플러스 SUV가 19만 대로 7위, 탕(唐 Tang) SUV가 14만 대로 8위를 기록했다.

2022년 중국서 가장 많이 팔린 신에너지차(전기차) 승용차 모델.

BYD가 2021년 처음 선보인 해양 시리즈(호위함·해표·구축함·해돈)의 첫 모델 하이툰(海豚 Dolphin 돌핀)도 20만 대 넘게 팔리며 단숨에 6위에 올랐다. 순수 전기 해치백으로, 2023년형 기준 완충 시 주행거리 420㎞다. 가격은 11만6800~13만6800위안(약 2170만~2540만 원)으로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판매량 급증으로 BYD는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다. 지난달 30일 BYD는 2022년 순이익이 1년 전 대비 458% 증가한 160억~170억 위안(약 2조9800억~3조1700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중국 베이징 도로에서 BYD의 전기 세단 한(汉 Han) 차량 두 대가 달리고 있다. /김남희 특파원

BYD는 2022년 3월부터 내연기관차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 세계 주요 완성차 회사 중 내연기관차와 완전히 결별한 것은 BYD가 처음이다. 지난해 BYD의 전체 차량 판매 중 내연기관차는 5048대에 불과했다. 2021년 대비 96.3% 감소한 수치다. BYD는 전기차로의 완전환 전환은 국가의 쌍탄(雙碳) 전략 목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0년 9월 유엔총회에서 중국이 2030년 탄소 배출량 정점을 찍고(碳達峰탄달봉) 2060년 탄소 중립(碳中和 탄중화)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BYD는 지난달 럭셔리 전기차 브랜드 양왕(YangWang)을 새로 선보이며 공격적 확장에 나섰다. 오프로더 양왕 U8, 수퍼카 양왕 U9을 내놓으며, 럭셔리 전기차 시장에서 벤츠·BMW·아우디 등과의 경쟁을 예고했다.

BYD는 전 세계에서 전기차와 배터리, 반도체를 함께 생산하는 유일한 자동차 회사다. 배터리, 차량 반도체와 같은 핵심 부품까지 모두 자체 생산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BYD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리며 2위 LG에너지솔루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BYD가 만든 배터리 사용량은 70.4GWh(기가와트시)로, 1년새 점유율이 8.7%에서 13.6%로 높아졌다. 중국 CATL(37.0%)에 이어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점유율 공동 2위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BYD 전기차 판매량이 급증한 데다, 해외 수출도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BYD는 지난해 테슬라·도요타에 이어 전 세계 자동차 회사 시가총액 3위까지 올랐다. 지난해 9월 독일 포르셰가 상장한 후엔 포르셰와 3위 자리를 두고 다투고 있다. 미국 최고 투자자 워런 버핏은 지난해 8월부터 BYD 주식을 수차례 매각하며 수십억 달러를 손에 쥐었다. 버핏의 투자 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는 세계 금융 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BYD 주식 2억2500만 주를 사들였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2022년 8월부터 올해 1월 27일까지 홍콩 증시에서 8차례(거래 공개 기준) BYD 주식을 팔며 23억 달러(약 2조9200억 원)를 현금화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BYD 주식 보유량은 1억4160만 주로 줄었다.

중국 광저우자동차(GAC)의 전기차 브랜드 아이안(Aion). /김남희 특파원

◇ 스타트업도 전통 완성차 회사도 전기차 올인

중국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전문 스타트업이든, 전통 완성차 회사든, 빅테크 기업이든 가리지 않고 전기차 시장 주도권 잡기에 전력을 쏟고 있다. 중국에서 신세력(新勢力)이라 불리는 전기차 전문 스타트업이 계속 생겨나고 끊임없이 새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화웨이·바이두·샤오미 등 테크 기업도 다른 업계와의 합종연횡을 통해 스마트 전기차, 자율주행 전기차 분야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전통 완성차 회사들은 전기차 전용 브랜드를 만들고 브랜딩에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SAIC-GM-우링의 훙광미니EV는 도시 내 출퇴근용 가성비 전기차로 인기를 이어갔다. 주행거리 120㎞ 기본 가격 3만2800위안(약 610만 원)으로, 20~30대 직장인 사이에 생애 첫 차로 선호도가 높다. 출시(2020년 7월) 이듬해인 2021년(39만여 대) 중국 전기차 판매량 1위로 뛰어오른 데 이어, 2022년에도 42만 대 이상이 팔리며 판매량 2위에 올랐다.

SAIC-GM-우링(SGMW)의 미니 전기차 훙광(宏光)미니EV. /김남희 특파원

훙광미니 EV는 중국 시장에서 소형차는 먹히지 않는다는 편견을 뒤엎고 대성공을 거뒀다. 전기차 시장 ‘게임 체인저(판도를 바꿔 놓은 것)’로 불리며 미니 전기차 시장이란 카테고리를 만들어 냈다. 중국 체리자동차(奇瑞 Chery)가 2021년 12월 출시한 소형 전기차 ‘체리 QQ 아이스크림’은 9만6000대 이상 팔리며, 1년 만에 판매량 13위로 약진했다. 귀여운 디자인에 골라먹는 아이스크림처럼 차량 색상을 고를 수 있게 한 전략이 젊은 층 소비자를 파고든 비결로 꼽힌다.

2014년 설립된 중국 스타트업 허중자동차(合众 Hozon Auto)의 전기차 브랜드 너자(哪吒 Neta)도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 접근성을 높이며 젊은 층 사이에 인기를 끌었다. 너자는 지난해 3개 모델 합산 판매량 14만8000여 대로, 브랜드 순위 8위에 올랐다.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는 중국 전기차 삼총사 리샹·샤오펑·니오보다 판매량이 많다.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콤팩트 SUV 너자V(Neta V)로, 모델별 판매량(9만5000여 대) 14위를 기록했다. 최저가 8만3900위안(약 1500만 원)으로, 가격이 비싸지 않으면서도 훙광미니EV보다 차체가 큰 전기차를 원하는 소비자가 찾는다.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허중자동차(合众 Hozon Auto)의 콤팩트 전기 SUV 너자V(Neta V).

리샹(理想 Li Auto)은 13만여 대로 브랜드 판매량 9위에 올랐다. 니오(NIO 蔚來 웨이라이)와 샤오펑모터스(小鵬 XPENG)는 12만여 대로 각각 11위, 12위에 올랐다. 리샹은 지난해 12월 2만 대 이상 인도하며,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중 처음으로 월간 인도량 2만 대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 기업 지리자동차는 중국 완성차 회사 중 전기차 회사로 가장 성공적으로 변신 중이란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지리차의 전기차 판매량은 30만5000대로 4위에 올랐다. 특히 지리차가 2021년 출범시킨 순수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极氪)는 세련된 디자인으로 중국 Z 세대를 공략하며 연간 판매량 7만 대를 돌파했다.

광저우자동차의 전기차 브랜드 아이안(埃安 Aion)이 27만 대 넘게 팔리며 브랜드 순위 5위에 올랐다. 아이안 Y SUV와 아이안 S 세단 모두 11만 대 넘게 팔렸다. 아이안은 2023년엔 60만 대를 팔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창안자동차(長安)가 21만여 대로 판매량 7위, 창청자동차(長城 GWM)가 12만여 대로 10위를 기록했다. 창안자동차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모델은 해치백 번번(奔奔 Benni)이다. 번번은 9만 대 이상 팔리며 모델별 판매량 12위를 기록했다. 창청자동차의 전기차 브랜드 어우라(欧拉 ORA)가 만든 소형 전기차 하오마오(好猫 Good Cat)은 6만 대가량 판매되며 모델별 판매량 20위에 올랐다.

중국 지리자동차의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 /김남희 특파원

◇ 밀려나는 외국 차…테슬라 창업자 머스크 “중국 회사가 제일 열심히 일한다”

외국 브랜드 중엔 테슬라만 ‘메이드 인 차이나’ 모델을 내세워 중국 시장에서 그나마 선전했다. 지난해 테슬라는 중국에서 전기차 43만9770대(3위)를 팔며, 외국 차 브랜드 중 유일하게 판매량 10위 안에 들었다. SUV 모델Y(31만여 대)가 중국 판매량 3위, 세단 모델3(12만5361대)이 9위를 기록했다. 특히 프리미엄 전기 SUV 부문에선 모델Y 위상이 굳건하다. 2월 10일 기준, 모델Y 후륜구동 버전은 26만1900위안으로, BYD 쑹(14만800위안)이나 위안 플러스(13만9800위안) SUV보다 훨씬 비싸다.

테슬라는 지난해 중국 BYD에 ‘세계 1위 전기차 회사’ 자리를 뺏겼다. 지난해 테슬라는 미국·중국·독일 공장에서 총 137만 대를 생산하고 131만 대를 구매자에게 인도했다. 이 중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 후 인도된 ‘중국 제조’ 모델Y·모델3가 전년 대비 48% 늘어난 71만 대로, 세계 총 인도량의 약 54%를 차지했다. 모델 Y 인도량이 45만여 대, 모델3 인도량이 25만여 대로 집계됐다. 테슬라의 첫 해외 공장인 상하이 기가팩토리는 2019년 12월 가동 시작 후 2년 9개월 만인 지난해 8월 100만 번째 차량을 출하했다. 상하이 공장은 공급망 현지화율이 95% 이상이고 직원 99.99%가 중국인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3월부터 두 달 넘게 계속된 상하이 도시 봉쇄 당시 부품과 인력 부족으로 공장 가동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3월 말부터 22일간 생산이 전면 중단되기도 했다.

중국 베이징 길가에 주차된 테슬라 전기 SUV 모델Y. /김남희 특파원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로 중국 전기차 회사들을 꼽았다. 지난달 머스크는 2022년 연간 실적 발표 후 주식 애널리스트와의 콘퍼런스 콜에서 중국 업체들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그들이 가장 열심히 일하고, 가장 스마트하게 일하며, 가장 경쟁력 있다”고 답했다. 머스크는 2021년 9월에도 “여러 중국 자동차 회사들에 큰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외국 브랜드로서 테슬라 외에 유일하게 중국 시장 전기차 판매량 15위 안에 들었다. 폴크스바겐과 중국 국유 제일자동차(FAW)의 중국 합자 기업인 이치-다중(一汽-大衆)이 판매량 9만9760대로 14위, 폴크스바겐과 중국 최대 자동차 기업 SAIC(상하이자동차)의 중국 합작사인 상치다중(上汽大衆)이 판매량 9만1761대로 15위를 기록했다. 중국 합작사 두 곳이 각각 생산하는 폴크스바겐의 순수 전기 SUV ID.4는 지난해 중국에서 8만 대가량 팔리며 개별 전기차종 순위 16위에 올랐다. 이치-다중이 ID.4 크로즈를, 상치다중이 ID.4 X를 만든다. ID.4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17만 대가 팔리며 폴크스바겐의 베스트셀링 전기차가 됐다. 그중 절반 정도가 폴크스바겐의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판매된 것이다.

중국에서 외국 차 점유율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중국 승용차 신차 판매 중 독일계 점유율은 2019년 25.0%에서 2022년 21.0%로, 일본계 점유율은 같은 기간 21.9%에서 19.9%로 떨어졌다. 현대차·기아 위주인 한국 차는 지난해 중국 판매량이 35만1079대로, 1년 전 대비 34.7% 감소했다. 한국 차 점유율은 2019년 4.8%에서 지난해 1.7%(35만1079대)로 추락했다.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데도 아직 전기차를 내놓지 않은 것이 패착으로 꼽힌다.

독일 폴크스바겐과 중국 제일자동차(FAW)의 중국 합자 기업 이치-다중(一汽-大衆)이 생산하는 순수 전기 SUV ID.4 크로즈. /김남희 특파원

◇ 보조금 폐지로 성장세 브레이크 걸릴 듯

올해 중국 전기차 시장 성장은 지난해에 비해 다소 둔화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국 정부가 수년간 주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2022년 12월 말로 없앴기 때문이다. 보조금이 사라지기 전 전기차를 사려는 수요가 이미 지난해 말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투자은행 UBS는 2023년 중국 신에너지 승용차 판매량을 880만 대로 예측했다. 2022년 대비 약 55% 늘어난 수치다. 중국 중신증권은 올해 중국 전기차 판매량을 연간 31% 증가한 900만 대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