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에 영국인 470만 명이 건강 유지를 위해 필요한 식품을 구매하거나 섭취할 수 없는 상태인 ‘식량 불안정’(food insecurity)을 경험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영국 자선단체 푸드파운데이션 자료를 인용해 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런던의 한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는 모습.

470만 명은 영국 전체 인구의 8.8%에 해당하며, 지난해 7월(390만명) 조사 때와 비교하면 20.5%가 증가한 수치다. 푸드파운데이션이 4000명가량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62%가 에너지와 식품 비용 상승을 경험했고, 16%는 다른 생활필수품을 구입하고자 식료품 구입 규모는 줄였다고 답했다.

지난해 1월 0.70%에 불과했던 영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같은 해 12월 5.40%까지 올라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1년 영국의 연평균 물가 상승률은 2.6%로 전년도의 0.9%에서 무려 1.7%포인트가 올랐다.

문제는 영국 에너지 요금 인상 등 추가 물가상승이 예고된 만큼 영국의 식량 불안정 사태가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 가스·전기시장 규제기관인 오프젬(OFGEM)은 지난 3일 현재 1277파운드(207만원)인 에너지 요금 상한선을 오는 4월부터 1971파운드(320만원)로 54%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오프젬은 1년에 두 차례 에너지 단위 요금 상한선을 조정하는데, 지난해 10월에는 12% 올린 바 있다. 영국의 물가가 이미 30년 만에 최고치로 뛴 상황에서 에너지 요금, 기준금리까지 오르면서 소비자의 부담은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올해 4월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6%에서 7.25%로 상향조정하고, 기준금리를 0.25%에서 0.5%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0.1%에서 0.25%로 3년여 만에 첫 인상을 단행한 데 이은 추가 인상이었다. 영국이 연이어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지난 2004년 이후 처음이다.

한편 리시 수낙 영국 재무부 장관은 에너지 요금 상한 발표 이후 90억파운드(약 14조6046억원) 규모의 지원방안을 내놨다. 가구당 350파운드(에너지 요금 200파운드 지원·주민세 150파운드 할인) 총 90억 파운드를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지원책이 현재의 살인적인 물가에 비해 터무니없이 작은 지원이라고 지적하며 영국 국민들의 생활고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나 테일러 파운데이션 전무는 “많은 가구가 이미 벼랑 끝 생활에 직면해있고, (갈수록 치솟는 물가에) 식탁에 음식을 올려도 되는지를 걱정하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될 것”이라며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