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각지에서 코로나 확산을 통제하기 위해 도시 봉쇄와 이동 제한 등 강력한 방역 조치를 시행하면서, 삼성전자·도요타자동차 등 중국에 공장을 둔 주요 외국 기업의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3일 메모리 반도체 생산 시설이 있는 중국 북서부 산시성 시안(西安)이 봉쇄된 후, 한 달 가까이 공장을 정상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2019년 말 코로나 사태가 터진 후 2년간 단 한 명의 감염자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제로 코로나(零新冠 링신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새해 들어 베이징·상하이·톈진·선전 등 주요 대도시에서 전염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 감염이 속출하면서 중국 정부는 초긴장 상태다. 중국 내 생산이 이른 시일 안에 정상화되지 못할 경우, 전 세계 공급망 혼란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삼성전자의 시안 메모리 반도체 공장 생산량은 약 한 달째 줄어든 상황이다. 인구 1300만 명인 시안은 지난달 23일부터 집밖 외출과 도시 간 이동이 금지됐다. 근로자 부족과 원자재 반입 어려움 등으로 공장 정상 가동이 불가능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코로나 확산세가 지속됨에 따라 중국 시안 반도체 사업장 생산라인의 탄력적 조정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는데, 이달 중순까지도 감산 조치에 변동이 없는 상태다. 현재 직원 일부가 공장 내 기숙사와 공장 밖 지정 호텔에서 공장을 왔다갔다하며 생산라인을 관리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가동을 중단하면 최소 수천억 원대의 손실이 생기기 때문에 멈출 수 없다.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반도체 생산 시설이다. 메모리 반도체 중에서도 낸드플래시 전 세계 생산량의 10~15%를 생산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중국 코로나 사태가 심각했던 2020년 5월 시안 반도체 공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시안 봉쇄가 길어질 경우, 생산량 감소에 따른 공급 부족으로 세계 반도체 시장 가격에 영향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 비중이 크기 때문에, 현재 생산량이나 감산량은 가격 변동 영향을 감안해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 3위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시안 봉쇄로 D램 메모리 반도체 제품 생산에 타격을 받았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29일 “시안 봉쇄에 따른 인력 부족으로 D램 생산량에 영향이 생겼다”고 밝혔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이달 10일 중국 북부 항구 도시 톈진 공장 문을 닫은 후 열흘 넘게 가동을 재개하지 못한 상태다. 도요타와 중국 자동차 기업 FAW그룹의 중국 합작사인 FAW 도요타는 톈진 공장에서 중국 내 전체 생산량의 절반인 약 62만 대를 제조한다. 도요타차이나 대변인은 “상황이 매일 바뀌고 있어 생산 재개 날짜 예측할 수 없다”며 “청두와 창춘 공장이 톈진 공장의 부품·차량 공급 상황에 맞춰 생산을 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중국 제일재경이 18일 보도했다.
독일 자동차 기업 폴크스바겐도 이달 10일 톈진 공장 두 곳의 가동을 중단했다가, 13일부터 일부 가동을 재개했다. 폴크스바겐은 톈진에서 중국 FAW그룹과의 합작사인 FAW-VW 차량 제조 공장, 부품 공장인 VW오토매틱트랜스미션을 운영 중이다. 중국은 폴크스바겐 전 세계 판매량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큰 시장이다. 중국 동부 항구 도시 닝보 공장도 코로나 감염 발생으로 문을 닫았다.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도 톈진 일부 지역 봉쇄로 직원들이 출근을 하지 못하면서 톈진 부품 공장 가동에 영향이 있다고 18일 밝혔다. 톈진에 생산 기지가 있는 기업들은 원자재 확보와 완제품 운송, 인력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톈진에선 이달 9일 중국 내 첫 오미크론 변이 국내 감염자가 발생했다. 이후 17일까지 톈진에서만 312명의 국내 감염 확진자가 보고됐다. 톈진 당국은 1400만 명 인구 전체를 대상으로 수차례 코로나 핵산 검사를 시행했다. 톈진은 중국 북부 항만 교통의 요충지일뿐 아니라, 2월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둔 수도 베이징과 가까운 곳이라, 중국 정부가 특히 확산 위험을 경계하고 있다.
이미 오미크론 변이는 베이징·상하이·랴오닝성 다롄·광둥성 선전 등 최소 9개 도시로 퍼졌다. 베이징은 1월 31일부터 7일간 이어지는 춘제(중국 음력 설) 연휴와 2월 4일 개막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3월 열리는 중국 최대 정치 행사 양회를 앞두고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이동 통제를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