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006400)가 대규모 유상증자로 사업 재정비에 나섰지만, 당분간 실적 불확실성을 떨쳐내기 어려울 전망이다. 해외 주력 생산기지인 헝가리 공장이 유럽 시장 수요 둔화 영향을 받는 가운데, 미국에서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혜택도 경쟁사보다 적은 상황이다.

6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삼성SDI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내 이차전지(배터리)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8.8% 감소했다. 국내 대형 배터리 3사 중 유일한 역성장으로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373220) 판매량은 11.5%, SK온은 18.1% 증가했다.

경기 용인시 기흥 삼성SDI 본사 전경. /삼성SDI 제공

국내 배터리 3사의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나란히 감소하는 추세인데, 그중 삼성SDI가 가장 뒤처진다. 올해 1~5월 LG에너지솔루션 점유율은 전년 대비 2.1%포인트(P) 감소한 10%로 3위, SK온은 0.7%P 감소한 4.2%로 5위를 기록했다. 삼성SDI는 7위로 점유율은 4.9%에서 3.3%로 줄었다.

최근 삼성SDI가 1조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로 자금을 수혈했으나 이른 시일 내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회사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미국과 유럽 주요 생산 시설에 활용한다는 방침인데, 현지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

지난해부터 BMW를 중심으로 아우디, 리비안 등 주요 고객사 출하량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헝가리 공장 가동률은 하락하는 추세다. 게다가 CATL, EVE에너지 등 중국 업체가 헝가리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어 현지 사업 운영은 더욱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경쟁사보다 진출이 늦은 미국 시장은 관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다. 삼성SDI는 미국 단독 공장 없이 스텔란티스, GM 등과 합작 공장을 운영하거나 준비하고 있어 LG에너지솔루션, SK온보다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수혜 규모가 적은 편이다.

미국 핵심 고객사이자 협력사인 스텔란티스가 관세 여파로 타격을 받고 있는 점도 고민거리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차에 25% 관세를 매긴 직후 스텔란티스는 멕시코, 캐나다 공장 생산을 중단했고, 지난해 말부터 양산을 본격화한 양사 합작 법인 1공장의 가동률도 예상만큼 올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삼성SDI 안팎에선 올해 2분기에도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본다. 지난해 4분기에 삼성SDI는 2017년 1분기 이후 7년여 만에 처음 분기 적자(-2567억원)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는 4341억원 영업 손실을 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2023년과 비교해 76.5% 감소한 3633억원을 기록했는데, 배터리 부문은 2683억원 적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