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시스템(272210)이 방공 시스템의 두뇌로 불리는 교전통제시스템(ECS·Engagement Control System) 시장 진입을 선언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한화에어로)와 한화시스템은 그동안 탄·발사대와 레이더를 만들었는데, ECS를 포함한 방공망 전체를 한화(000880)그룹이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내 대공 시스템의 ECS와 체계 통합을 담당했던 LIG넥스원(079550)은 한화시스템의 주력 사업인 다기능레이더(MFR·MultiFunctional Phased Array Radar) 시장에 진출한다.

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과 LIG넥스원의 경쟁은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M-SAM·Medium-range Surface-to-Air Missile) 블록Ⅲ(3차 개량) 사업에서 시작될 예정이다. 이 사업에는 한화와 LIG넥스원 등이 참여했으며 오는 8월 발사대나 ECS 등 품목별 업체가 정해질 예정이다.

천궁Ⅲ 사업은 천궁Ⅱ(고도 15∼20㎞)보다 2배 높은 고도에서 미사일을 방어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골자다. 개발부터 전력화(2035년)까지 약 2조원이 투입된다.

천궁Ⅱ./LIG넥스원 제공

한국형 방공망은 현재 천궁Ⅰ·Ⅱ와 천궁보다 더 높은 고도에서 적 미사일을 요격하는 L-SAM(Long-range Surface-to-Air Missile)Ⅰ·Ⅱ 등으로 구성돼 있다. 천궁Ⅰ 양산이 시작되고 천궁Ⅱ 개발이 본격화된 2010년대 중반부터 LIG넥스원이 ECS와 체계 통합을, 한화에어로가 미사일과 발사대를 담당했다. 한화시스템은 레이더를 맡았다. 지금까지는 업체 간 영역이 나뉜 채 기술 발전이 이뤄져 왔다.

천궁Ⅲ 사업부터는 이 영역 구분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은 10여 개로 나뉘어 품목별 개발 형태로 진행된다. 한화시스템은 천궁Ⅲ ECS 사업에 참여한다. LIG넥스원도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다기능 레이더 등을 포함해 복수의 사업에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 작전 센터 등 천궁보다 높은 수준의 ECS를, LIG넥스원도 AESA 레이더를 개발한 경험이 있어 역량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한국형 방공시스템 개념도. / 이미지 제공=방위사업청

업체들이 사업 영역을 확대하려는 이유는 수출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각종 분쟁이 늘면서 방공 시스템 수요는 늘고 있다. 한국군도 운용 중인 미국의 패트리엇 시스템은 수요 폭증으로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

한화가 ECS 개발에 성공하면 유도탄·레이더·ECS까지 수직 계열화를 이뤄 적시에 대공 시스템 포대를 납품할 수 있다. LIG넥스원도 대공 시스템의 체계 종합을 했던 만큼 레이더까지 범위를 확장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방산 대기업의 치열한 경쟁이 기술 발전을 이끌 것으로 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쟁사가 있으면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원가도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무리한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방산 업계 관계자는 “한국형 구축함이나 다목적 무인차 사업처럼 업체 간 경쟁이 과도하면 사업 자체가 늦어지고 해외 사업 수주에서도 불리할 수 있다. 해외 수주전에 참여할 때 ‘코리아 원팀’이 나온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