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3일 장관 후보자를 발표한 가운데, 기업인 출신이 대거 포함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인사는 이 대통령이 강조한 실용주의를 잘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인 출신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과의 협업이나 규제 완화, 산업 정책 분야에서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관급 후보자 발표에서 눈에 띄는 그룹은 SK(034730)·LG(003550)·네이버(NAVER(035420))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깜짝 발탁으로 평가받는다. 1976년생인 배 후보자는 광운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통령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의원, SK텔레콤(017670) 미래기술센터, LG(003550) AI연구원장 등을 거쳤다.
그는 LG AI연구원이 개발한 초거대 AI ‘엑사원(EXAONE)’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또 LG그룹의 중장기 AI 전략 수립, AI 비즈니스 모델 발굴, 자회사 간 시너지 창출 등을 담당했다.
배 후보자의 발탁은 AI 기술 주권 확보와 경제 성장을 위해선 AI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는 이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 배 후보자는 독자적인 AI 모델 개발이 시급하다고 주장해왔다. 이 정부도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지난 20일 SK그룹이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건립하는 울산 AI 데이터센터 출범식에도 배석했다. 이날 출범식은 이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지역 공식 일정이었다.
이 정부 초대 국무조정실장을 맡게 된 윤창렬 전 청와대 대통령정책실 사회수석비서관은 공무원 출신이지만 마지막 자리는 LG그룹이었다. 윤 후보자는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34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30년간 공직 생활을 했다. 이후 2023년부터는 LG글로벌전략센터 센터장으로 근무했다.
LG글로벌전략센터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연합 핵심 원자재법(CRMA) 등 공급망 이슈에 총괄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대관 조직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중심으로 각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면서 기업 전략 경험을 인정받았다.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가 지명됐다. 한 후보자는 월간PC라인 기자, 엠파스 검색사업본부장, 네이버 서비스본부 총괄 부사장을 거쳐 2017년 네이버 대표에 취임했다. 2022년 3월까지 약 6년간 네이버를 이끌었다.
한 후보자의 발탁은 네이버가 플랫폼 기업으로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과거 중기부는 네이버와 총 1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 협력 펀드를 만들어 중소기업 지원 사업을 펼친 바 있다. 또 전통시장 등 소상공인을 위한 협력 사업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지난 17일 임명된 하정우 AI수석도 네이버 출신이다. 하 수석은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에서 학사와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네이버 AI랩 소장, 네이버클라우드 AI 혁신센터장 등을 거쳤다. 그는 네이버의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 개발을 총괄한 인물로 이론·실무·정책을 두루 갖춘 실무형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일부 기업에서는 당황스러운 모습도 보인다. 한 기업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과도하게 휘둘릴 가능성이 있고 민주당 정부의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생기지 않을까 부담스럽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