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유류비 지출이 큰 항공사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중동 사태가 길어지면 승객이 지불하는 유류 할증료도 8월부터 오를 수 있다.
22일(현지 시각) 이란 의회는 중동 에너지 수송의 핵심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다. 미국이 자국 핵시설을 폭격하자 대응하는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다. 봉쇄 최종 결정은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Supreme National Security Council)가 내린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의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좁은 바닷길이다. 전 세계 원유 소비량의 약 25%, 액화천연가스(LNG·Liquefied Natural Gas) 소비량의 약 20%가 이곳을 통과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등 주요 산유국이 이곳을 통해 아시아권으로 석유를 수출한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언급하자 원유 수송이 막힐 것이란 우려에 국제 유가가 상승했다. 23일 오후 2시 기준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5달러, 브렌트유 8월 인도분 가격은 76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브렌트유는 장중 81달러까지 올랐다가 상승 폭을 줄였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 항공업계는 직격탄을 맞는다. 항공사는 기름값이 영업 비용의 30~35%를 차지한다. 대한항공은 연간 약 3050만 배럴의 기름을 쓴다. 대한항공은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약 3100만달러(약 43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항공권 가격도 올라갈 전망이다. 항공권에는 유가에 따라 산정되는 유류 할증료가 붙는다. 유류 할증료는 싱가포르항공유(MOPS)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다. 과거 2개월간 국제 유가 평균 가격을 산출하고, 1개월 동안의 고지 기간을 거쳐 다음 달에 반영되는 구조다.
7월 유류할증료 기준이 되는 MOPS 평균값은 1갤런(3.785L)당 188.62센트로 총 33단계 중 4단계로 낮은 수준이었다. 유류할증료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최근 유가 변동은 8월에 반영된다.
단기간 내 중동 정세가 안정되면 국제 유가도 빠르게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과거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여러 차례 협박했으나 직접 봉쇄한 적은 없다. 이란 무역의 90% 정도가 해상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해협 봉쇄는 이란에도 큰 타격을 준다.
에너지 운송을 막으면 이란의 우방 국가인 이라크, 카타르와 함께 이란 원유의 주요 고객인 중국의 반발을 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