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유럽연합(EU)이 재무장을 추진하는 가운데, 독일이 무기 원산지보다 납기 속도를 우선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국내 방산 업계의 수혜가 전망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은 국방력을 보강할 때 유럽산 무기를 우선 구매한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러시아가 이른 시간 내 유럽을 공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빠른 무장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19일 로이터 등에 따르면 아네트 레흐니크 엠덴 독일 연방군 조달기관(BAAINBw) 사무총장은 “어느 나라에서 무기를 구매할지는 누가 필요한 물자를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독일은 나토 회원국으로, 나토는 현재 GDP의 2% 수준인 회원국 국방비를 5%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그동안 나토가 재무장을 하면 대부분의 예산이 독일 라인메탈, 프랑스 탈레스,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영국 BAE시스템스 등 EU 지역에 기반을 둔 방산 업체에 배분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러시아가 이른 시간에 나토를 공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속도가 중요해졌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최근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연설에서 “러시아는 5년 이내에 나토에 군사 공격을 가할 준비가 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K2 전차./현대로템 제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현대로템(064350),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079550) 등 국내 방산업체는 제때 제품을 공급하는 ‘온타임 딜리버리(On-Time Delivery)’가 강점이다.

KAI는 폴란드 정부와 계약한 FA-50 48대 중 갭필러(GF) 버전 12대를 계약 1년 3개월 만에 납품했다. 당시 공군에 납품하기 위해 생산된 FA-50 물량을 이전해 폴란드에 수출했다. FA-50PL은 올해부터 인도를 시작해 2028년 납품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KAI 작업자들이 폴란드에 수출하는 FA-50 11호기 재조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성우 기자

당초 독일의 레오파르트2 전차를 도입하려던 폴란드 정부도 납기 지연과 유지 보수 불확실성으로 현대로템의 K2 전차와 K9 자주포를 택했다. 현대로템은 K9 자주포와 K2 전차를 포함한 1차 계약 초도 물량을 2개월 만에 납품했고 내년에 나머지 물량 인도를 마무리한다.

노르웨이, 에스토니아도 미국의 다연장로켓 하이마스의 납기가 늦어지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천무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천궁-Ⅱ 지대공유도탄./합동참모본부 제공

주문이 들어왔을 때 공장을 가동하는 해외 방산 기업과 달리, 한국은 남북한 대치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매년 생산해야 하는 물량이 있다.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매년 군에 공급하는 물량이 있어 추가 수주 물량을 빠르게 만들 수 있다”며 “최근엔 현지 생산을 통해 전체적으로 경쟁사 대비 2배 이상 납기가 빠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