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 선호도가 높은 중견·대기업의 채용문이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기업은 경영난을 걱정하고 있지만, 노동조합은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정년 연장, 주 4.5일 근무제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년을 늘리거나 주 4.5일 근무제로 기업 부담이 늘면 기업은 신규 채용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 노사는 18일 상견례를 열고 올해 임금·단체협상(임단협)에 돌입할 예정이다. 현대차 노조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임금 인상에 이어 정년 연장, 주 4.5일제 도입 등을 요구안에 담았다.

1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 컨벤션홀에서 열린 '2025 해운대구 일자리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참가기업 채용정보를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HD그룹 조선 3사(HD현대중공업(329180)·HD현대삼호·HD현대미포(010620)), 한화오션(042660), 삼성중공업(010140) 노조는 정년 만 65세 연장, 임금피크제 폐지 등을 올해 안건으로 꺼내 들었다. 포스코 노조는 올해 정년 연장, 자사주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금요일 근무를 4시간 줄이는 주 4.5일제 실시,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폐지 등을 주요 안건으로 꺼낼 예정이다. 주 4.5일제가 실시되면 금요일 오후에는 휴일 수당을 지급해야 해 기업 부담이 커지고, 은행 업무 시간이 줄어 소비자도 불편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한 재계 관계자는 “보통 새 정부가 들어서면 주요 그룹들이 대규모 채용·투자 계획을 발표하는데, 올해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고 주요 사업도 어려워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은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다. 국내 정유사 에쓰오일(S-Oil(010950))은 소매 영업직 공채를 진행했다가 돌연 중단하면서 지원자들로부터 원성을 들었다. 이차전지 소재 기업 포스코퓨처엠(003670)도 올해는 신입 공채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직무에 맞는 인력을 선별적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이 공채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대기업 86곳의 인사 담당자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19.8%는 당해(2024년)까지만 유지하기로 했다는 결과도 있다. 채용 플랫폼 기업 사람인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에 올라온 채용 공고는 작년 동기 대비 9.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IT·통신(-13%), 건설(-11%), 제조·화학(-9%) 등에서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한국은행은 2016년에 법정 정년이 60세로 연장된 후 노조가 있는 대기업 일자리에 혜택이 집중되면서 청년이 들어갈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문턱이 더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지난 4월 한은 고용연구팀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법정 정년 연장으로 고령 근로자가 1명 늘어날 때 청년 근로자는 0.4~1.5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