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항공유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어 ‘미래 항공유’로 불리는 지속가능항공유(SAF·Sustainable Aviation Fuel)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미국, 일본, 유럽에 이어 중국도 뛰어들었다. 반면 한국은 SAF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적고 정유업계도 투자에 소극적이라 대응이 늦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AF 시장을 선도하는 미국, 일본, 유럽 외에 중국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중국의 한 에너지 기업은 5월부터 연간 20만톤(t) 규모로 SAF 생산을 시작했다. 국내 최대 SAF 생산 능력을 갖춘 SK에너지의 배 수준이다. 또 다른 중국 에너지 기업은 내년부터 연간 30만t 규모의 SAF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대한항공·GS칼텍스 지속가능항공유(SAF) 실증 운항기념식에서 실증 운항을 위해 대한항공 보잉 777F 화물기에 SAF가 급유되고 있다. / 대한항공 제공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SAF를 국가 차원에서 육성하고 있다. 중국은 SAF 원료인 폐식용유의 최대 보유국인데 만약 폐식용유 수출을 줄이면 한국 정유사는 원료 조달조차 힘겨워지고 중국 기업이 SAF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SAF는 폐식용유, 농업 폐기물 등으로 만드는 항공유를 말한다. 기존 항공유보다 탄소 배출량이 최대 80% 적어 항공 부문에서 온실가스를 줄일 핵심 요소로 여겨진다. SAF는 기존 항공유와 화학 구조가 유사해, 기존의 항공기 엔진과 인프라(기반 시설)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유럽연합(EU)과 영국은 올해부터 항공사가 사용하는 연료의 최소 2%를 SAF로 채우도록 하는 규정을 시행했다. EU는 이 비율을 2030년까지 6%, 2050년에는 7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은 2050년까지 항공유 사용 전량을 SAF로 대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본도 2030년까지 기존 항공유에 SAF를 혼합하는 비율을 10%로 늘릴 계획이다.

한국은 2027년까지 전체 항공유의 1%를 SAF로 채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유업계는 정부의 도입 목표가 낮다고 지적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SAF는 전체 항공유의 0.2%(2023년 기준)에 불과하고, 현재 가격은 기존 항공유의 2~3배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SAF 수요가 증가해야 SAF를 대량으로 생산해 규모의 경제가 생기고, SAF 단가가 낮아지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SAF는 정유사의 미래 먹거리로 여겨지지만, 국제 유가 하락 여파로 실적이 악화해 투자할 여력이 없는 상태다. SK이노베이션(096770),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S-Oil(010950)) 등 국내 정유 4사는 SAF 전용 시설 대신 기존 정유 설비에 석유 기반 원료와 바이오 원료를 함께 투입하는 코프로세싱(Co-Processing·공동 처리) 방식으로 SAF을 생산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SAF 전용 시설 수율(생산량 중 양품의 비율)은 60~80%지만, 코프로세싱 수율은 약 1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SAF 전용 공장 설립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리터(L)당 440~615원의 생산 보조금을 지급한다. 이에 따라 전 세계 SAF 전용 공장 359개 중 30%에 해당하는 107개는 미국에 있다. 일본은 SAF 시설 투자, 판매와 관련해 연간 최대 40%의 법인 세액을 공제한다. 또 약 292억 엔의 기금을 조성해 SAF를 생산하면 리터당 30엔의 생산 세액공제 혜택을 지원할 계획이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대외실장은 “앞으로 SAF 도입이 확산되면 SAF 수출이 기존 항공유를 대체할 것”이라며 “생산 세액공제가 도입되면 투자 여력이 없는 정유사도 SAF 투자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