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종건 방위사업청(방사청)장과 빈 반다르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가방위부 장관이 중장기 방위산업 협력에 합의하면서 사우디 국가방위부의 대규모 전력 현대화 사업에 한국 방산업체들의 참여 가능성이 커졌다. 사우디가 관심을 둔 무기체계는 육·해·공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 업계에서는 사우디로의 수출 규모가 50억 달러(약 7조1680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2일 군 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석 청장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한화에어로),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 HD현대중공업(329180), 한화오션(042660) 등으로 구성된 한국 대표단은 지난 19일부터 사우디 무기체계 도입을 관장하는 칼리드 빈 후세인 알비야리 국가방위부 정무차관을 만났다. 지난 20일(현지시각)에는 알 사우드 장관을 만났는데, 한국 대표단은 이들과 올해 말까지 구체적 협력방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사우디 국가방위부 장·차관과의 면담은 사우디가 관심을 보인 무기체계에 대해 국내 업체들이 제안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판매뿐만 아니라 운용유지와 현지화 등도 언급됐다고 방사청은 설명했다. 사우디는 현재 지상 전력 현대화 사업을 추진 중이라 업계에서는 K9 자주포 등 국내 지상 무기체계의 현지 생산이나 기술 이전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통상 현지 생산이나 기술 이전이 추가되면 수출 금액의 규모는 커진다. 현대로템(064350)의 K2 전차 폴란드 수출건에서도 공장 건설, 기술 이전 등이 포함된 2차 계약분의 규모가 1차보다 크다. 2차 계약의 규모는 70억 달러(10조430여억원)로 예상되는데, 이는 1차 계약분의 약 2배다.
알 사우드 장관은 지난해 11월 방한해 K9 자주포와 K30 비호복합 체계의 운용 모습을 살펴봤다. K30 비호는 육군이 운용하는 단거리 자주대공포다. 여기에 저고도로 침투하는 적의 항공기 등을 격추하는 신궁을 추가한 것이 K30 비호복합이다. 사우디가 2023년 11월 지대공 미사일 천궁-Ⅱ를 도입했던 만큼, L-SAM으로 이어지는 다층 방공 체계도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
사우디는 한국의 함정과 잠수함에도 관심을 보였다. 그간 방사청과 한국 업체는 사우디 측과 논의를 이어오며 국내 잠수함 무기체계를 제안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번 한국 대표단과 만난 모하메드 빈 압둘라만 알 가리비 해군사령관 등 사우디 관계자들은 한국 측의 제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우디는 한국형 전투기 KF-21에도 관심을 보여왔다. 방사청 관계자는 “이번 면담으로 사우디의 한국 공·해군 무기체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석 청장은 “방사청은 이번 성과가 실질적인 사우디 진출 확대로 이어지도록 업체와 한 팀으로 수주 활동을 벌일 것”이라며 “2027년 글로벌 4대 방산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