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6일(현지시각) 오전 이스라엘 로쉬 하인(Rosh Haayin)의 이노비즈(Innoviz) 본사. 세계 4대 라이다(LiDAR) 기업 중 한 곳인 이곳에서는 라이다 센서를 장착한 기아(000270) 카니발의 시험 주행이 한창이었다.

라이다 시스템은 레이저를 발사해 반사된 신호로 주변을 인식하고, 수백만개의 픽셀을 활용해 3차원 이미지로 구현하는 기술이다. 박쥐가 어두운 동굴 속에서 초음파를 통해 주변을 인식하는 원리와 같다. 이노비즈는 지난해 라이다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미국 나스닥에 입성한 데 이어 올해 8월엔 폭스바겐과 40억달러(5조7580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노비즈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연구책임자(CRO)인 오렌 부스키라. /이신태PD

이날 시험 주행용 카니발에 기자와 함께 탑승한 이노비즈 공동창업자이자 최고연구책임자(CRO)인 오렌 부스키라(Oren Buskila)는 “야간 또는 안개, 폭우 등의 악천후 속에서도 전방 200~400미터 앞을 선명하게 인식할 수 있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콘솔박스 위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라이다만으로 전방의 모습을 정확하게 그려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행하는 자동차부터 보행자, 스쿠터, 도로 방지턱까지 마치 카메라로 촬영한 것처럼 섬세하게 구현됐다.

부스키라 CRO는 “앞서 우리와 공급 계약을 체결한 BMW의 경우 내년부터 일부 차종에 이노비즈의 라이다가 탑재될 것”이라며 “현대차(005380)와도 협력을 원해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부스키라 CRO와의 일문일답.

이노비즈의 라이다로 구현된 3차원 이미지 모습. /김우영 기자

-이노비즈 라이다의 강점은 무엇인가.

“장애물 인식 능력이 뛰어나다. 한밤중에 검은색 도로 위에 검은색 타이어가 떨어져 있거나 움푹 파인 구멍이 있다고 상상해보라. 카메라 기반의 자율주행 시스템은 이를 놓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라이다는 정교한 픽셀로 3차원 이미지를 구현하기 때문에 이같은 장애물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장애물 인식이 뛰어나다는 것은 오경보(false alarm)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만약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장애물이 아닌데, 장애물로 잘못 인식해 자동차가 급정거한다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라이다는 그런 점에서 카메라보다 더 뛰어나다고 자부한다.”

-빗속에서도 문제없이 작동하나.

“물론이다. 야간은 물론 안개가 낀 도로에서도 정확하게 주변을 인식한다. BMW와 계약한 라이다 ‘이노비즈1′의 경우 전방 200미터까지, 폭스바겐과 계약한 후속 제품 ‘이노비즈2′는 전방 400미터 앞까지 인식이 가능하다. 이노비즈의 제품은 먼 거리도 정확하게 인식한다는 게 강점이다.”

이노비즈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연구책임자(CRO)인 오렌 부스키라. /이신태 PD

-라이다를 통해 인식한 사물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기술도 중요할 것 같다.

“이노비즈는 하드웨어(라이다 센서)뿐 아니라 센서가 인식한 게 무엇인지 판단하는 소프트웨어도 함께 갖고 있다. 지금도 이노비즈의 시험 주행용 차들이 온종일 이스라엘 전역을 돌아다니며 주행 데이터를 쌓고 있고,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율주행에 필요한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고 있다.”

-그동안 라이다는 높은 가격이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4~5년 전까지만 해도 라이다 하나의 가격이 7만5000달러에 달했다. 그때는 가격이 비싸고 내구성도 약했다. 성능도 지금보다 떨어졌다. 오랜 연구 개발과 대량 생산을 통해 지금은 500~1000달러 수준까지 가격이 내려갔다. 그래도 업계에서는 여전히 비싸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아마 2025~2026년부터 고급 차종에 본격적으로 자율주행 시스템이 도입되기 시작해 점차 저렴한 차종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라이다의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다.”

이노비즈의 라이다 센서를 장착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김우영 기자

-한국 기업과도 논의가 진행되고 있나.

“최근 폭스바겐과 라이다 공급 계약을 체결한 뒤 미국, 일본, 유럽, 한국을 방문해 완성차 기업들을 대상으로 이노비즈2를 시현하는 자리를 가졌다. 빠른 주행 중에도 높은 해상도를 유지한다는 점, 먼 거리까지 측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도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원한다. 특히 현대차에 관심이 크다. 개인적으로도 현대차를 좋아해 올해 초 아이오닉5를 주문해 연말쯤 받을 예정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지만, 현재 현대차와도 긴밀히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