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전기차 보급률이 가장 높은 제주도에서 사용 후 배터리(폐배터리) 활용이 본격화했다. 제주 지역 전기차 보급대수는 약 4만대로 전체 차량에서 차지하는 비율(보급률)은 9.8%로 국내 전체 보급률(2.6%)을 크게 웃돈다.

최근 제주특별자치도는 폐배터리로 만든 농기구, 자율형 이송로봇, 소형 에너지저장장치(ESS·Energy Storage System) 등을 민간에 무상 보급하기 시작했다. 일부 지역에는 폐배터리를 활용한 태양광 연계형 가로등을 설치했다. 전기차에 쓰이다가 수명이 다해 지방자치단체로 반납된 폐배터리를 활용한 제품들이다.

제주도 내 전기차 주차구역. /권유정 기자

제주도는 국내 완성차 업계와 도내 폐배터리 처리 방안을 꾸준히 고민해왔다. 정부 보조금, 충전 인프라(기반시설) 확충에 힘입어 전기차 보급이 늘었지만, 동시에 쌓여가는 폐배터리를 처리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탓이다. 충분한 저장·처리 시설이 없고, 폭발 가능성 때문에 육지로 이동하기도 어려웠다.

제주도는 2019년 국내 최초로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를 열고 폐배터리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차(005380) 전기차 아이오닉에 탑재됐던 폐배터리로 만든 농업용 운반고소차다. 기아(000270) 레이 전기차 폐배터리를 이용한 원동기용 소형 배터리, SM3 전기차 폐배터리를 활용한 태양광 연계형 가로등도 개발했다.

폐배터리를 육지로 안전하게 이송하기 위한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난해 제주도는 현대글로비스(086280)와 폐배터리를 육지로 운반하고, 중장기적으로 재활용 체계를 구축하는 데 협업하기로 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제주도에 충분한 재활용 시설이 갖춰지기 전까지는 전용 회수 용기를 활용해 경남 김해로 폐배터리를 옮긴다는 방침이다.

전기차 배터리 수명은 통상 7~10년이다. 이 기간이 지나면 성능이 20~30%가량 떨어지는데 차량의 주행거리, 충전 속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교체가 필요하다. 2013년부터 전기차를 보급한 제주도는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2021년 이전 등록된 전기차 2만1000대가 지자체에 배터리를 반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